[수요 응접실] IMF는 "새로운 시작" (1)

최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구조조정 열풍은 살아남는 업체에게 더 많은 시장을 제공해주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데 그 매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부터 몰아닥친 IMF한파를 맞고 멀쩡했던 기업들이 넘어지거나 휘청거리고 있다. 또 상당수의 업체들은 뒤늦게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법석이다. 특히 과열경쟁으로 인해 거품이 심했던 정보통신등 IT분야의 업체들은 일시에 몰려든 「악재」들과 싸우느라 더 난리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몇몇 중견업체들은 별다른 타격없이 경영활동을 영위하거나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대부분이 이미 경영혁신을 통해 자생력을 키웠거나 진행 중인 업체들이다. IMF를 맞아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견실한 중견업체들의 경영혁신 내용을 매주 수요인 중점 소개한다.

<편집자>

동양시스템하우스 염휴길 사장



SI업계에서 동양시스템하우스 염휴길사장은 항상 앞서가는 「파격」을 주도한 인물로 통한다. 94년말 처음 사령탑을 맡을 당시 동양그룹 계열의 동양시스템하우스는 2백40억원의 매출에 24억원의 적자를 낸 부실기업이었다. 염사장은 부임과 동시에 연공서열에 의한 승진과 획일적인 급여체제를 뜯어고쳤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게만 보였던 연봉제를 전직원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했고 사람, 직급 중심의 조직을 직무 중심으로 바꿨다. 또 이제는 SI업계에선 보편화된 자유복장 근무제, 출퇴근 자율시간제, 인센티브제도를 맨처음 단행했다.

이같은 경영혁신에 힘입어 사령탑을 맡은지 1년 만에 동양시스템하우스를 흑자기업으로 반전시켰다. 이보다 업계를 더 놀래킨 것은 6억원의 이익 모두를 40여명의 전 직원들에게 되돌려준 사실.

이같은 「성과경영」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인력 풀(Pool)제를 실시해 인력가동율을 거의 90%대로 유지하고 있다. IMF 한파로 대다수 SI업체들의 인력가동률이 60%대를 못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가 아닐수 없다.

『인재를 잘 활용하면 불황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호황 때는 무분별하게 직원들을 채용해 유휴인력을 만들고 불황 때는 사람을 마구 내모는 비과학적인 인사시스템이 한국경제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 염사장은 경영효율을 파는 SI업체 자체가 가장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염 사장은 올초 영업직을 대상으로 연말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한 변동 성과금제도를 확대운영키로 해 다시 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룹외 공공시장 영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의 골자는 고정급 연봉의 10%를 삭감하고 대신 수주 프로젝트 순매출의 5%를 해당 영업사원에게 지급하는 것. 통상 10억원짜리 수주의 경우 하드웨어 소요비용을 제외하고 부가가치 창출분에서 나오는 순매출 기준으로 해당 영업직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약 2천5백만원 정도. 이 제도는 관련업계에서 이제까지 시행된 그 어떤 제도보다도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최근 국내 수주물량 감소에 대응, 미국의 합작사인 MCI사에 인력을 수출해 기술이전효과를 극대화시키고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정보화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무작정 시스템 도입이나 초고속망 등의 하드웨어식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다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려는 의지와 마인드가 정보사회를 앞당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염사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객체지향기술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IT기술을 갖춘 비지니스 컨설팅회사로 육성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