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산실 아웃소싱 가능할까.」
사회 전반의 거친 구조조정 바람이 가속화되면서 금융권 전산실의 외부위탁(아웃소싱)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 「빅뱅」에 준하는 조치들이 가시화되면서 금융권의 아웃소싱은 관련업계의 새로운 기회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산실 아웃소싱은 한마디로 정보기술에 대한 인적, 물적 부담이 없이 핵심분야인 금융업무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기능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시스템통합업체들이 그룹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외부적으로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완강하게 버텨왔던 국내 금융권에 대한 시장개방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IMF가 국내 금융업계에 구조조정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핵심업무에 주력하기 위해 전산실을 전문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산실 운영을 아웃소싱하면 전문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최신, 첨단기술을 적시에 적용해 효율성 및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전산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데 따른 막대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어 국내기업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들은 BIS기준 충족, 재무구조 개선, 신용/금리의 효과적 관리, 자구계획 시행 등 현안이 많아 전산실 아웃소싱이 핵심분야로의 역량집중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이미 지난 90년대초부터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운영의 이점을 앞세워 전체 금융기관 중 37%가 정보시스템을 아웃소싱에 의존해 관련시장만도 무려 4백억 달러에 이르는 등 금융권의 아웃소싱이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LGEDS시스템 등 국내 SI업체와 한국IBM 등이 전담팀을 구성해 시장선점을 위한 물밑작업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LGEDS시스템은 올해 금융권 아웃소싱을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그룹내 금융업체를 대상으로 수행한 아웃소싱 경험과 국세청, 대법원 등 공공기관에 구축한 정보시스템 기술력을 토대로 본격적인 영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합작사인 미국 EDS가 세계 32개국 5천5백개 이상의 금융기관 정보시스템을 아웃소싱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인 만큼 사업수행에 있어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LGEDS시스템은 금융권 아웃소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초 EDS의 전문가와 자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발족시켜 인터넷 뱅킹의 기본이 되는 최신 보안시스템, 위험관리시스템, 데이터웨어하우징, 재난복구서비스 등 금융분야 관련솔루션을 확보하는 한편 인터넷상에서 주식거래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전자주식거래시스템」과 고객들이 필요한 정보를 언제라도 서비스 받을 있도록 CTI를 이용한 콜센터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IBM(대표 신재철)도 은행, 증권 등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아웃소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아웃소싱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사업부에 담당 임원을 배치하는 등 이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국 IBM은 아웃소싱 도입업체의 하드웨어와 인력을 흡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올해중 4,5개 업체와 아웃소싱 계약을 목표로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 보다 금융기관의 폐쇄적인 마인드가 일차적인 걸림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마다 수백명에 이르는 전산실 인력처리 문제와 함께 여전히 고객정보에 대한 보안과 현금의 흐름을 「남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전면적인 아웃소싱보다는 「2000년 문제」 해결에서 나타나듯이 사안별 업무개발과 백업시스템 및 차세대시스템 구축시 컨설팅 등 부분적 아웃소싱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