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 석권을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자 한글과컴퓨터가 시장수호를 위한 결사항전을 선언한 것. 여기에 삼성전자가 MS가 장악하고 있는 기업용 시장공략에 나서는 등 연초부터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놓고 관련업체간에 물고 물리는 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워드프로세서 전면전에 불을 댕긴 것은 MS. 이 회사는 중견기업 이상 워드프로세서 시장의 80% 이상을 공급하는 등 기업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고 보고 올해부터 소기업, 학생, 가정, 공공기관 등 그동안 한글과컴퓨터가 주도하고 있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MS워드」로 천하통일한다는 전략이다.
MS가 이처럼 대대적인 워드프로세서 시장공략에 나서는 것은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대표제품이라 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모두 석권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PC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독 MS워드의 시장점유율이 낮다는 MS본사로부터 압력도 이같은 공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MS가 최우선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는 계층은 학생이다. MS는 이를 위해 이달 중순부터 전국 5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순회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초중고교 및 대학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일 예정이며 특히 이 기간중에는 1백만개 가량의 MS워드를 학생들에게 무상 배포할 계획이다.
특히 MS는 학교에서 「글」워드를 쓰면 취직 후 「MS워드」를 다시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워드 두번 배우지 말자』라는 모토를 내세우는 한편 이달 중순부터는 워드프로세서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TV광고를 실시, MS워드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MS는 학생층 공략과 함께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 시장을 위해 행망용 제품을 출시했으며 소기업시장을 위한 SOHO용 제품도 곧 선보일 예정이고 공공영업을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팀도 구성했다. MS는 그러나 공공기관의 경우 국산품 사용인식이 타 계층보다 높은 데다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있어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학교시장의 수익성이 낮은 데도 MS가 이처럼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는 것이 사실상 「한컴 죽이기」 전략이라고 규정하고 기업사활을 걸고 이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이에 따라 최근 긴급 마케팅 기획회의를 소집,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의 일환으로 그동안 「한컴홈97」 등 슈트 패키지로만 공급하던 데서 탈피, 워드프로세서 단품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는 또 이 워드프로세서 단품의 가격을 대폭 현실화하고 학생이나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통해 기존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고 잠재고객을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공공시장에 대해서는 이찬진 사장의 국회진출을 계기로 전략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아무리 다양한 전략을 추진한다고 해도 MS의 워드프로세서 무상 제공에 대응할 만한 뾰족한 무기가 없다는 점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워드프로세서인 「훈민정음」을 오피스 패키지 형태로만 공급할 예정이지만 MS와 한컴의 대격돌 틈새에서 MS가 장악하고 있는 기업용 시장을 적극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흩어져있던 개발, 영업, 마케팅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사업부가 출범, 독자적인 사업이 가능해진 데다 조만간 출시하게 될 「훈민정음 7.0」의 기능이 우수해 MS나 한컴과의한판승부가 가능하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삼성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 시장을 파고드는 한편 지난해 농협의 표준 워드프로세서로 「훈민정음」을 정착시킨 데 이어 워드프로세서를 복수로 사용하는 한전을 공략하고 대학의 경우 동아리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제품은 이달 19일부터 직판용으로 공급되며 다음달 중에는 정식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최근 광고파트너를 새로 선정했으며 체제정비 기간을 거쳐 오는 6월에 열리는 한국 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SEK)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마케팅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