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일본전신전화(NTT)는 경영 악화일로에 있는 간이휴대전화(PHS) 자회사인 NTT퍼스널통신망의 재건에 본격 착수할 방침임을 공식 표명했다. 막대한 누적손실을 안고 있는 데다 가입자 감소도 심각해 지금 상태로는 수익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NTT퍼스널은 지난 95년 서비스개시 이래 계속돼 온 적자로 97회계년도(97년 3월-98년 4월) 결산에서 약 2천4백억엔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자 수 감소도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되고 있어 이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문제가 됐다.
상황이 이쯤되자 NTT는 NTT퍼스널 혼자의 힘으로는 더 이상 PHS사업을 꾸려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재건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현재 NTT는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등 다른 주주사들과 NTT퍼스널 처리 방안을 모색 중이다. 휴대전화 자회사인 NTT이동통신망(NTT도코모)에 합병시키거나 NTT 본체에 떠맡기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으나 의견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결론이 쉽지 않은 것은 경영주체를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휴대전화에 밀려 고전하는 PHS사업 자체를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주주사들의 결론이 어느쪽이든 최소한 NTT퍼스널의 경영상태 개선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NTT퍼스널 단독의 자력 재생은 결코 아니다.
PHS사업으로 궁지에 몰린 곳은 비단 이 NTT퍼스널 뿐만이 아니다. 나머지 2개 그룹인 DDI포킷전화와 아스텔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점유율 50%로 1위에 올라있는 DDI포킷은 이달 마감하는 97년 결산에서 약 1천5백억엔의 누적손실을, 20%의 점유율로 3위인 아스텔은 약 2천억엔의 누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가입자 수 역시 모두 계속 줄고 있는 형편이다.
PHS 누계가입자 수는 올 1월 말 현재 6백92만4천명으로 1년전에 비해 오히려 6만8천명이나 줄었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해지자가 신규가입자 수를 웃돌고 있는 결과이다. 반면 휴대전화는 2월 말로 3천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95년 7월 일본판 개인휴대통신(PCS)으로 출범한 PHS는 당초 파격적인 요금, 가벼운 단말기, 좋은 음질 등을 무기로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과는 이처럼 가입자 수에서 휴대전화의 4분의 1 수준도 안되는 참패로 나타났다. 게다가 가입자 수는 계속 줄며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PHS사업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PHS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불안한 접속성에 있다.
PHS 기지국은 휴대전화 기지국에 비해 전파 도달거리가 짧다. 때문에 통화범위를 넓히기 위해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비용문제로 이용자가 많은 도시의 번화가 이외에는 기지국을 충분히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휴대전화는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적은 비용으로 보다 넓은 통화지역을 확보해 PHS가 연결되지 않는 장소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또한 PHS 기지국은 동시에 3개 통화만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때문에 도심 번화가 등 이용자가 많은 곳에서는 기지국이 많아도 통화가 집중될 경우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접속이 잘 안되는 정도의 불편쯤은 사실 통화요금이 파격적으로 싸기만 하다면 그럭저럭 눈감아줄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PHS와 휴대전화간 요금 차이는 96년 말부터 계속돼 온 휴대전화쪽의 대폭적인 가격인하로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PHS 출범 당시 3배 정도나 됐던 요금 격차는 이제 2배이하로 줄어들었다. 한 예로 평균 이용자의 한달 통신요금에서는 2천엔 정도가 차이난다.
단말기가 가볍다는 장점도 NTT이동통신망(NTT도코모)이 지난해 1백g을 밑도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내놓음으로써 그 의미가 사라졌다.
이밖에 PHS가 10대 학생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저가품」이라는 이미지 역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PHS 이용자는 10대에서 20대 초반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학생층이 주류인데 이 점은 PHS가 「학생들의 장난감」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실제 취직후에는 상대적으로 「고급품」인 휴대전화로 옮겨가는 이용자가 상당수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PHS업계는 궁지를 빠져나오기 위해 새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PHS특성을 살려 휴대정보단말기와 접속하는 활용법은 특히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 PHS 데이터통신 이용자는 전체의 1% 미만으로 극히 저조하다. 게다가 오는 2001년에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PHS보다 빠를 뿐아니라 동영상까지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휴대전화(IMT-2000)가 등장한다. 앞으로의 상황도 PHS에게는 불리한 셈이다.
그렇다고 가입자가 약 6백80만에 이른 지금 서비스 자체를 중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에서는 재건책을 「제품성격(위치) 조정」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그 구체적인 답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