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델컴퓨터의 성장비결과 사업전략

델 컴퓨터의 성장행진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주문생산방식으로 PC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델이 지난해에도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상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지난 2월1일 마감된 이 회사의 98회계년도 실적은 또다시 미국 월가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선 4.4분기 성적표를 보자. 델은 이 기간동안 전년동기비 55% 증가한 37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데다 순익은 2억8천5백만달러로 51%의 증가율을 보였다. 분기별로는 3년연속 전년동기비 40%가 넘는 매출신장률이다.

또 지난 한해 전체로는 전년보다 59% 늘어난 1백23억달러 매출에 순익도 9억4천4백만달러로 전년비 82%가 증가했다. 그야말로 무서운 성장세이다.

그 결과 델의 세계 PC시장 점유율은 96년 5위에서 지난해에는 컴팩,IBM에 이어 3위로 뛰어 올랐다.

품목별로도 전반적으로 고른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등 기업용 시스템은 10억달러가 넘는 매출로 전년비 2.5배가 늘어났고 노트북PC도 22억달러로 74% 증가했다.

델은 또 전통적으로 기업 및 정부기관을 주고객으로 업무용 제품에 주력해 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정용 사업을 본격화한 결과 이 부문 매출이 전년동기비 2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총마진율도 4.4분기동안 전년동기비 21.7%에서 22.1%로 높아져 그만큼 재정상태도 탄탄해 졌다.

델은 자사의 이같은 성장 원동력을 무엇보다 인터넷 판매와 유럽시장에서 찾고 있다. 다시말해 판매채널로는 인터넷,주력시장으로는 유럽이 이 회사 성장전략의 중요한 두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현재 델이 웹사이트를 통해 올린 매출은 하루 평균 4백만달러. 델은 이 같은 기세를 몰아 향후 3년내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웹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온라인 판매는 마이클 델 회장이 누누히 강조해 온 전략인 만큼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컴팩이나 IBM,휴렛패커드(HP) 등 내로라하는 PC업체들이 잇따라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고 이 사업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델만큼 재미를 보는 업체는 드물다.

이와 함께 델이 유럽시장에서 올린 성과도 매출신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한해 델의 유럽시장 매출은 총 29억6천만달러.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특히 4.4분기는 10억달러로 북미시장의 25억달러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신장률이 전년동기비 61%를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중 델의 유럽 최대시장인 영국에서 56%가 늘어났고 독일에서 64%,프랑스에서 70%가 늘어나 대형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그 결과 델의 유럽 PC시장 순위는 판매대수기준으로 5위,금액기준 4위를 기록했다.

물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도 이들 국가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79%증가한 2억4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현재 유럽경제의 회복세와 시장규모 등의 측면에서 델이 이 지역에 거는 기대는 또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

델의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잰 게스마 라센사장은 올해 유럽 PC시장이 적어도 10∼15%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자사의 이 지역매출 증가율을 47%정도로 잡아 놓았다.

이중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스페인시장에서의 매출은 세자리수를 기록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는 조만간 자회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유럽시장 거점인 아일랜드 2개 공장의 생산능력을 두배로 늘리는 한편 향후 3∼5년동안 3천명의 인원을 더 충원할 방침이다.

『델이 모든 국가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 유럽은 세계시장 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며 세계시장의 성장률을 앞지를 것』이라는 라센사장의 말에는 강한 자신감이 배여 나온다.

그는 또 다른 PC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판매에 뛰어들고 있는 사실에 대해 웹판매는 단순히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하고 고객들의 요구에 맞게 제품을 구성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성공은 불가능하다며 자사 주문생산체제의 강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가정용 및 비즈니스용 PC시장에서 1천달러미만 저가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 기업고객 중심의 하이엔드 제품에 주력하는 델의 사업전략이 앞으로도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비즈니스용 제품이 8백달러이하로까지 떨어지면서 수요를 급속히 잠식해 가는 가운데 시장판도도 바꿔 높음에 따라 지금까지 고가제품 위주의 주문생산방식으로 성공을 거둬 온 델도 보다 유연한 제품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2천년 세계 1위의 PC업체가 되겠다는 델의 집념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