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 가전시대 기술개발만이 살길이다 (상)

90년대 들어 산업계에 나타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특허나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추세에서 핵심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규격이 사업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시대를 맞아 핵심기술과 시장지배력을 지닌 기업들은 특허를 무기로 후발업체의 시장진입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이어 가전산업계로 밀려오고 있는 디지털기술의 물결 속에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생존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이미 국내외에서 상품화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 디지털 VCR, 인터넷TV, 디지털 카메라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수년간 가전산업계에도 격랑이 몰아치고 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신호처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수행하는 디지털 가전제품의 장점은 기본적으로 화질과 음질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 디지털 캠코더, DVD플레이어의 화질은 영상기기의 화질은 이미 레이저디스크(LD)급 이며 디지털 TV를 비롯해 HD(고선명)급 제품의 보급이 본격화되는 21세기에는 현재보다 최소한 2배이상 선명한 화질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음질에 있어서도 그동안 아날로그시대를 풍미해왔던 스테레오나 서라운드 기술을 대신해 극장수준의 음질을 즐길 수 있는 5.1채널의 AC3나 DTS 신기술로 등장하고 있다.

화질과 음질의 혁신에 이어 디지털 가전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아날로그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1백∼3백개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 TV도 기존TV보다 4∼6배정도나 많은 채널을 보장한다. 이는 MPEG2라고 하는 동영상 압축, 복원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세계적인 칩세트업체들과 전자업체들이 MPEG 기술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은 이 기술이 각종제품을 멀티미디어로 변신시키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기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전이라는 단어의 등장은 가전제품의 네트워크화 및 쌍방향 미디어화를 상징하고 있다. TV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TV와 세트톱 박스,인터넷 화상전화기 등은 그동안 컴퓨터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던 운용체계(OS)와 중앙처리장치(CPU)칩을 가전제품에 이식시키는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 IEEE1394라는 동영상 전송 인터페이스 규격은 모든 종류의 디지털 제품간에는 물론 PC와도 초고속으로 데이터 호환을 가능케해주는 기술로 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이다. 또 화상전화기에 사용되는 음성압축기술(G.723)과 영상압축기술(H.261/263)도 정보가전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특징은 핵심기술이 어느 특정 산업계의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멀티미디어를 지향하는 기술융합추세가 가전, 컴퓨터, 정보통신분야의 핵심기술을 동 산업계가 공유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술의 등장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핵심기술들이 전략특허나 국제표준규격화되면서 그 자체가 사업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특허보유업체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나서 특허료를 소급적용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과 특허자체를 사업전략으로 삼는 업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가전시대가는 진입로는 핵심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에겐 탄탄대로지만 이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에겐 시장에 발을 내밀기도 어려울 뿐만아니라 설령 시장에 진입한다고해도 기술종속과 로열티 부담으로 악전고투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