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외 대형전자업계 최고경영자들의 교류가 잦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업체 최고경영자들의 방한이 부쩍 늘고 있으며 국내 전자업계 최고경영자들의 해외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국내외 전자업계 최고경영자들의 잦은 교섭은 정부가 외자도입 및 국내는 물론 외국전자업체들과의 빅딜(대형거래)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초 네덜란드 필립스사의 더들리 유스타스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 4사의 최고경영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모토롤라의 헥터 루이스 반도체부문 최고경영자와 세계적인 에어컨업체인 미 캐리어의 존 에이어 아태지역사장도 조만간 방한, 관계사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해외방문으로는 삼성전자의 이윤우 반도체부문사장이 미 인텔을 방문, 앤디 그로브회장을 만났으며 LG전자의 구자홍사장도 미 애플컴퓨터를 방문, 스티브 잡스회장과 거래관계 방안을 위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최고경영자들의 만남에 대해 해당기업들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의례적인 만남일 뿐 더 이상의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주변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 전자업체 대부분이 주력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에 대해 매각 등 강력한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이 해외기업들로서는 장래성이 있는 한국시장에서 유망기업을 인수하는데 가장 좋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필립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방한한 유스타스부회장은 필립스의 제 2인자로서 특히 필립스 투자부문의 최고결정권자』라며 『한국기업에 대한 합병 및 인수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모토로라나 캐리어도 국내기업 방문과 함께 국내 전자업체들의 국내외 공장에 대한 정보교환은 물론 인수 등 다양한 제안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인텔로 부터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며 LG전자 또한 그동안 지분참여 등으로 관계를 맺어온 애플과 새로운 관계정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국내외 전자업체 최고경영자들의 만남은 어쩌면 국내 전자업계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는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