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2의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 조종사가 미사일을 발사해 적기를 떨어뜨리려면 순간의 포착과 예리한 판단이 필요하다. 조준관에 적기가 출현하면 조종사의 시신경에 잡힌 정보가 뉴런을 통해 뇌세포에 전달되고 이를 판단, 발사 단추를 누르라는 명령을 0.1초라는 찰나에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은 파일럿이라면 0.1초라는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냉전체제 아래서 미국과 소련은 전투기 조종사의 시야에 적기가 출현하면 컴퓨터가 조종사의 뇌파를 분석, 흥분 정도를 파악해 미사일을 자동 발사하는 첨단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에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읽어 이에 대처하는 기술을 연구한 것이다.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술은 미 공군의 주력기에 탑재돼 이미 실전에 배치되어 있다.
그야말로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인 인간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기술이 이제 일반에 상용으로까지 확대돼 응용되고 있다.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조이스틱이 아닌 마음으로 조종하는 미국 IBVA사의 「자동차경주 게임」을 비롯, 눈커플의 깜박임과 시선의 각도, 위치 등을 디지털 신호화로 바꿔 컴퓨터로 전달하는 「시선마우스」와 「시선초점 카메라」 등이 대표적인 응용사례이다. 또 인간의 뇌파와 망막, 홍채의 변화를 감지해 운전자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자동차 졸음탐지기」 등도 조만간 상용화할 전망이다.
현재의 기술로 인간 두뇌의 모든 실체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어쩌면 신의 영역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기술이 더욱 발전돼 컴퓨터와 인간 두뇌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두꺼운 전화번호부 책을 통째로 머리에 기억하고, 메모리 칩 하나만 바꿔넣으면 골치 아픈 영어단어를 외울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