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수출로 모아지면서 1달러라도 더 벌기 위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세일즈는 마케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직접 바이어들을 찾아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는 것도 평범한 일이 됐다.
이처럼 직접 해외현장을 발로 누비는 최고경영자들의 모습은 외환위기로 국제신용기관들의 국내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가 낮아진 상태에서 바이어들에게 기업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대형거래를 싹틔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들의 수출확대에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해 벽두부터 윤종용 사장을 비롯해 각 총괄 대표이사 5명 모두가 해외 수출현장을 직접 방문, 수출상담과 함께 실추된 국가 및 기업의 대외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민간사절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들이 방문한 해외기업들은 IBM, 컴팩, 델,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세계 대형 컴퓨터업체들을 비롯해 프라임코, 스프린트 등 정보통신업체, 인텔, AMD 등 반도체업체 등이다. 또 이들 최고위층은 미주본사 및 구주본사, 독립국가연합(CIS)본부 등을 순회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윤종용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들이 해외 영업현장의 최일선에서 수출을 독려함으로써 올해 1백30억달러의 수출과 4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년대비 50% 정도 늘어난 8초5천5백억원의 올해 수출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LG전자도 구자홍 사장이 1월부터 각 사업본부와 해외영업담당 임직원들을 독려하며 수출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구 사장은 올 1년의 4분의 1을 해외에 머물며 해외전략 거래선을 방문한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어 올 한해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생활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현대전자의 김영환 사장도 요즘은 수출대책회의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김 사장은 23년간 해외에서 근무해 사장이야말로 수출의 최일선에서 뛰는 세일즈맨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4조원이라는 올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주일에 2,3차례의 본사회의는 물론 각 해외법인에서 열리는 분기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월 1,2회 출장스케줄을 잡아놓고 있다.
전주범 대우전자 사장은 지난해말 부임과 함께 전사조직을 수출 총력지원체제로 재편했다.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한 조치가 국내영업을 본사로부터 떼어내고 대우전자를 연구개발(R&D) 및 생산, 수출전문업체로 변신시킨 것. 전 사장은 이같은 조직개편으로 올해 전체매출의 88%인 4조4천억원을 수출로 달성한다는 계획 아래 올들어서만 한달 이상을 수출현장을 직접 방문, 수출상담 및 애로사항을 직접 해결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70년대 전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해외영업맨들이 IMF라는 험한 파고를 넘기 위해 이제는 최고경영자의 자리에서 또다시 수출현장을 발로 뛰고 있는 것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