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MS, WP시장 파상 공세

「한국이 MS의 워드의 마지막 점령지가 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17일부터 TV광고를 시작으로 전국 60여개 대학등에 총 1백만 카피의 「워드97」을 무상 공급키로 하는 등 워드시장 장악을 목표로 맹공격을 시작함에 따라 관련업계 및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워드 시장에 대한 MS의 공세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워드97의 무상공급부분이다.

무려 1백만카피를 무료로 공급한다는 것은 국내 소프트웨어 사상 유례가 없었던 일로 이는 시장 독점만을 목표로 국내 시장구조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가 극도로 악화돼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막대한 달러강세와 자본력으로 국내 개발사들을 짓밟겠다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가격파괴도 업체간 과당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MS의 1백만카피 무료공급은 모두를 죽이고 나만 살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뿐 아니라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도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로 무료인 것은 좋지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S대에 재학중인 김모씨(26, 서울 서대문구)는 『무료 배포를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장이야 좋지만 이번 일로 국내 워드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때는 더 불편해질 것 아니냐』며 걱정스러워 했다.

사실 MS워드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소프트웨어지만 국내 한글부문에서도 최고라는 평가는 내리기 어렵다. 더우기 MS사가 한글버전을 출시하며 한글 자모의 순서를 바꾸는 등 한글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 적도 있어 워드시장만은 꼭 지켜야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MS의 이번 공세를 두고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적지만은 않다. 품질은 뒷전이고 애국심 호소만으로 마케팅을 해왔던 국내 워드프로세서 업계의 안일한 자세가 결국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전세계 워드 시장을 평정한 MS가 유독 한국만을 점령하지 못했던 것은 매 시기마다 터져나온 애국심 호소가 큰 역할을 했던게 사실이다.

실제 국내의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업체인 한글과컴퓨터만 보더라도 이번 MS의 공세에 아연실색할 뿐 뾰족한 대응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력있는 제품을 내세우지 못한 채 이미 기업 및 기관 시장의 80%를 MS에 넘겨준 한글과컴퓨터지만 이번 경우에도 별달리 대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MS워드를 사용하고 있는 C사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왜 MS워드를 선택했는 지 한글과컴퓨터는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소프트웨어업계 초유의 방송광고와 1백만카피의 무료배포를 겪으며 한국이 MS의 마지막 점령지가 될 지 생존국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