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호회에선] 유니텔 연극동호회

지금 동국대앞 「여해문화공간」에서는 「제1회 네티즌 연극제」가 열리고 있다. 내일까지 개최되는 이 연극제는 연극을 사랑하고 연극을 낙으로 살아가는 가상공간의 동호회원들이 모여 만드는 축제.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4대 PC통신사의 동호회가 모두 참여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텔의 연극동호회(go theatre) 역시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96년에 처음 발족, 네티즌 연극동으로서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벌써 2천7백여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활동 역시 어느 동호회 못지 않다.

『이번 행사에서 공연하는 작품은 「사춘기」입니다. 사춘기의 방황과 번뇌를 다룬 연극이죠. 프랑크 베테킨트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두 번째 공연이지만 거의 초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원들이 텍스트를 갖다놓고 번역부터 직접 다시 했으니까요.』

네티즌 연극제의 총괄기획까지 맡고 있는 이운영 유니텔 연극동 대표시삽의 말이다.

연극은 기획과 연출은 물론 연기자, 조명, 음향, 소품, 분장까지 거의 모두를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한 작품을 올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한 6개월. 대부분 자신의 본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성실성과 애착 가지고는 하기 힘든 일이다. 때문에 한편의 연극을 같이 만든 사람들끼리 갖는 연대감은 가족 못지 않다.

『최근에는 극작가나 연극배우 등 전문직업인들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활발히 활동을 하는 것은 역시 비종사자들입니다. 비록 직업은 아니지만 평소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요.』

유니텔 연극동의 특징은 정통연극을 추구하는 것. 때문에 지금까지 상연한 작품도 「출세기」, 「고도를 기다리며」 등 기존 극단에서도 무대에 올리기를 망설이는 것들이었다. 일반 관객은 물론 연출이나 배우들도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저력으로 지난해에는 동호회원들을 주축으로 「몸」이란 극단까지 창단했다. 이 극단은 최근 3회 공연을 준비중이다.

연극동호회에는 연기분과, 연극비평, 뮤지컬, 전통분과 등의 소모임이 있다. 이들 모임은 각기 관심 있는 작품의 희곡을 구해 연구한 후 연극을 관람한다. 충분한 연구 후에 하는 관람이기 때문인지 회원들의 연극평은 흥행을 좌우할만큼 무게가 실린다.

『네티즌들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만큼 비평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희 동호회의 게시판 만큼은 일방적인 비방은 삼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소모임인 만큼 이운영 시삽은 각 분과들이 배타적이 되지 않도록 통합모임을 자주 가질 계획이다. 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이해하고 연극인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자료실 등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