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대졸자들의 미취업 사태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히 올해는 IMF 여파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전체 졸업생 가운데 7만여명이었던 미취업자가 올해는 그 두배인 15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취업난은 서울에 있는 대학들도 예외가 아니다. 해마다 졸업 때가 되면 70% 이상이 취업했으나 올해는 명문대학도 60% 수준을 밑돌 정도로 심각하다.
특히 전자와 정보통신 관련학과의 경우 예전 같으면 몇개 기업 가운데 원하는 곳을 선택하는 즐거운 고민을 했으나 이제는 입사시험에 합격해도 채용자체가 무한정 연기되거나 없어지는 등 취업난은 인기, 비인기 학과 할 것 없이 모든 학과로 번지고 있다.
연세대 취업담당자는 『10월 정도면 인기학과는 밀려드는 추천 의뢰서를 다시 돌려주기에 바빴는데 지난해는 오히려 학생들이 찾아와 취업게시판을 기웃거릴 정도로 줄어들었다』면서 『비인기학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많은 대학들이 1학기 학사일정에 취업관련 과목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대학이 방학기간 동안 외부강사를 초청, 개설했던 취업강좌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경희대는 올 1학기부터 1학점짜리 교양선택 과목으로 「취업스쿨」을 개설, 산업정보를 비롯해 사회의 인재상, 진로설정, 기업환경 변화, 비서의 역할, 대화 방법, 전화응대법 등 취업 준비를 위한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리크루트」 「인턴」 같은 취업전문기관의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이 강좌는 당초 수강예상 인원인 1백명을 훨씬 넘어 3백명이 신청, 강당에서 수업을 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립대도 이번 학기부터 2학점 짜리 「취업 및 진로지도」강좌를 신설, 직업 선택, 유망직종, 고용환경의 변화, 직무능력 이해 등을 가르친다.
80명 정원의 3배 이상이 몰려 수강신청이 폭주한 이 강좌에는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과 학생생활 연구소장, 취업전문기관 요원을 강사로 초빙한다.
연세대도 오는 4월 1일부터 11월까지 전 학년을 대상으로 주마다 두차례씩 IMF시대의 직업환경 변화와 면접방법 등을 가르치는 취업특강을 계획중이며 이화여대는 몇년 전부터 유료로 실시해온 외국어, 한자, 비서 강좌 외에 올해부터 직종별 취업 세미나를 주마다 두차례씩 개최할 계획이다.
한양대도 이번 학기부터 모든 여학생을 대상으로 「여성과 직장」(2학점)과목을 신설, 여성 고용환경 변화와 모의면접, 메이크업과 패션 등을 강의한다.
이밖에 건국대는 지난해 개설해 졸업예정자와 졸업생에게 소자본 창업, 부동산 투자, 유망 창업직종 등을 가르쳤던 「창업스쿨」이 성과를 거둠에 따라 올해는 강의규모와 수강인원을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