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빌딩제어산업 과제

빌딩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단순히 업무공간을 제공하던 빌딩의 역할이 최근 들어 정보기지 또는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이용되는 추세다. 따라서 빌딩에 구축되는 모든 시설과 장비는 건물 내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편리성과 기능성을 제공해야 함은 물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빌딩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술과 요소를 필요로 한다. 특히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토록 하는 빌딩의 건축은 더욱 절실한 과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 들어 빌딩제어시스템이 급부상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다.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보내고 불필요한 곳의 에너지는 낭비를 방지함으로써 기본적으로 24% 정도의 에너지를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빌딩을 구성하고 있는 수천종의 기기들을 자동제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필수적인 장치가 바로 빌딩제어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빌딩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하는 핵심 포인트는 경제성이다. 과연 건물의 기능에 맞게 시스템이 구성되었는가 첨단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을 등한시하지는 않았는가 경영정보 획득이 용이하도록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 정보시대를 대비하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IMF체제 아래에 있는 요즘에는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명기구, 공조기, 냉난방기기 등 다양한 기기들을 교체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체인 A사의 경우 5천개의 40W 전구를 모두 고효율 절전형 전구로 교체, 연간 5천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3년 만에 투자비용을 회수했다.

빌딩자동화시스템 관련 기술기반이 전무해 외국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가 불과 십수년 만에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불리한 사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개발에 성공하는 등 이젠 국내업계도 독자적인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상실,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존속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외국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우리 제품이 안방에서는 홀대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빌딩자동화시스템은 외산과 국산의 성능 차이가 거의 없다. 오히려 국산 소프트웨어 성능이 외산을 앞서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국산이 저렴하다.

그뿐 아니라 신속히 AS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빌딩자동제어시스템의 경우 초대형 시스템 통합(SI)시스템은 물론이고 간단한 시스템도 복잡한 구조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필요로 한다. 나아가 몇십년 후에도 기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국산 빌딩자동화시스템이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제품 국산화에 나선 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많은 요소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는 등 세계적인 기업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 유감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되는 시대란 점을 재삼 인식해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정부는 빌딩자동화시스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며 기업은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와 병행, 부가가치 높은 제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李義柏 LG하니웰 빌딩제어사업유닛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