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의 한반도 전역 신항공교통관제시스템(ACC)사업이 또다시 항로를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건설교통부 산하 항공교통관제소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신항공교통관제시스템을 설치한다는 야심찬 목표아래 출발한 대구공항의 ACC사업은 1차 우선협상 대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터 경쟁업체간 상호비방전이 벌어졌을뿐 아니라 감사원에 각종 비리의혹이 투서되는 등 첫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 높았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체제하의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1차 우선협상 대상업체인 삼성SDS록히드 마틴을 비롯 현대정보기술레이시온, 금호텔레콤휴즈 컨소시엄이 연이어 사업을 포기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이륙도 못하고 불시착하던 ACC사업은 최근 대구공항 항공교통관제소가 사업비를 다시 책정하고 1차 협상에 나섰던 3사 사업본부장과 협의를 가지면서 재개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들 3사가 모두 이번 제안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ACC사업이 쉽지 않음을 보여줬다.
특히 1차협상에서 2,3위를 차지했던 현대정보기술과 금호텔레콤 컨소시엄은 항공교통관제소가 누락된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를 오는 17일까지 제출토록 한 것은 1순위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더욱이 조정제안서 작성지침에 「경미한 누락 또는 선택품목에 대하여 기술제안서 평가점수에 영향이 없는 경우로 한정하여 수정, 변경된 내용』만 제출토록 한 것은 1순위업체였던 삼성SDS를 밀어주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나아가 예산낭비와 외화낭비를 초래하는 발상이라고 강변한다.
그 뿐 아니라 가격이 10점에 불과하고 기술제안 70점, 현장실사 10점, 적격업체 심사, 제안설명 각각 5점씩인 현행 협상업체 선정방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대정보기술의 공항사업부 조성식 이사는 『1차 우선협상대상업체 선정시 삼성 컨소시엄이 3백96억6천만원, 현대 컨소시엄이 3백24억5천만원, 금호 컨소시엄이 2백78억1천만원을 제시, 1위와 3위업체의 가격차가 무려 1백18억원이나 나고 이 금액은 3백35억원으로 책정된 예상가격 보다 61억원이나 높은데도 불구하고 삼성SDS컨소시엄을 1순위 업체로 선정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2차 협상시에도 가격제안이 무의미한데도 불구하고 가격제안서만 제출토록 요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송영삼 현대정보기술 공공사업본부 부사장도 처음부터 선정평가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사업이므로 2차에서는 평가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장치를 마련하고 평가위원을 재구성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금호텔레콤 신명호 상무는 『1차 재협상시 3사가 모두 기본적인 기술요건을 보완함에 따라 3사의 기술요건이 비슷해 졌다며 가격과 기술제안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 재평가해야 하고 평가위원 구성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SDS 김홍기 전무는 『당초 평가에 의해 순위가 매겨진 대로 재협상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불구하고 일보 양보했다』며 『업체간의 비방전을 일삼는 구태연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대구공항 항공관제소 관계자는 『1차협상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된데다 2차 협상대상자 선정작업도 담당 변호사의 유권해석을 받았으며 건설교통부 관계자들의 자문을 구해 실시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며 『기존 대구공항 항공관제시스템의 내구연한이 올해로 끝날 뿐 아니라 인천 신공항건설 일정에 맞춰 조속히 진행해야 하는 마당에 업체들의 과열된 분위기로 일의 진행이 어렵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