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계가 IMF한파로 급변하는 디지털기술의 습득 및 적응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마저 외면하고 있다.
내달 초 열리는 NAB(국제방송장비전시회)에 대한 참여가 격감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 매년 4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NAB는 방송관련 제작,컴퓨터그래픽,송신 및 중계,스튜디오설비 등 미래를 선도할 첨단기술의 경연장이자 세계 최대의 방송기자재 전시회로 손꼽힌다. 올해에도 디지털위성방송,버추얼 스튜디오,HDTV송수신장비,케이블모뎀 등 2000년대에 선보일 디지털기반의 최신 기술들이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90년대들어 국내 지상파 방송사 뿐만 아니라 방송사업을 준비해왔던 기업, 전자업체 등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뉴미디어 및 디지털방송시대에 대비하고 선진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갔었고, 작년에는 일부 업체가 제품을 전시하고 국내 참관인만도 1천여명에 달했었다.
그러나 IMF와 기업의 구조조정 및 감량경영은 이같은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디지털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설 시점인 KBS,MBC 등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은 매년 20~30명의 전문인력을 NAB에 파견,선진조류를 파악하고 기술을 습득케했으나 올해는 한자릿수 인원만 내보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백50여명의 참관인단을 모집해 방송인력의 NAB시찰을 주선했던 한국방송정보협회 김홍련 사장은 『IMF한파로 각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휩싸이면서 NAB참관마저 열기가 식고 있다』고 전하며 『국내 방송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상황인데도 미래의 기술,전략적 투자까지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업체들의 장비출품도 마찬가지. 작년 말 현대전자와 함께 세계 3번째로 디지털 HDTV용 CODEC(Coder+Decoder)장비를 개발했던 KBS의 경우 이같은 선진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평가받고 싶으나 경영진의 무관심으로 관계자들이 속만 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