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차세대 메모리 표준화 새 국면

차세대 고성능 컴퓨터에 사용될 고속 메모리 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세계 메모리 반도체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인텔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가장 유력한 기술로 부상했던 램버스 D램에 대한 메모리업계의 지원 분위기가 최근 급속히 냉각되면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 싱크로너스 D램, 싱크링크 D램등 램버스의 경쟁 기술이 급부상, 차세대 D램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더욱이 고속메모리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텔이 차세대 PC인 PC-100에 99년부터 램버스 D램의 채택키로 한 당초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차세대 고속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고속 메모리 기술간의 주도권 싸움은 혼미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고속메모리 표준 경쟁이 뒤늦게 재연되고 있는 원인은 당초 경쟁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램버스 D램의 기술료와 로열티 부담이 오픈 아키텍처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DDR나 싱크링크 등 경쟁 기술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램버스 D램은 기존 D램에 비해 새로운 로직회로가 내장돼 있어 다이 크기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DDR나 싱크링크에 비해 20%정도 원가상승 요인이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그동안 램버스 D램과의 표준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던 DDR와 싱크링크 진용이 이같은 약점을 틈타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비롯해 일본의 후지쯔, 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미국의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8개 반도체 업체는 기존의 램버스 D램에 대항해 차세대 고속 D램 규격인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의 규격을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에 합의한 8사 이외에도 DDR 통일 규격에 참여하는 반도체업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도권 경쟁에서 가장 처진 것으로 평가받던 싱크링크 D램(SLDRAM)도 올해초 세계 20여개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 공유와 표준화작업을 위해 운영해온 기존 세계전기기술자협회(IEEE) 산하의 SLDRAM 컨소시엄을 SLDRAM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키로 합의하는 등 본격적인 막판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반도체 3사와 애플컴퓨터, 후지쯔, IBM, 히타치 등 총 24개사가 참여하고 있는 싱크링크 D램 진영이 공동출자 법인을 통한 기술 협력체제 구축함에 따라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과 금융 위기등으로 개발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계의 차세대 메모리 개발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상케 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