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 설비 가운데 가장 고가이자 핵심 장비인 스테퍼 시장에 일대 지각 변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일본 업체인 니콘과 캐논이 상대적 강세를 보여온 세계 스테퍼 시장에 차세대 DUV(Deep Ultra Violet)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를 무기로한 네덜란드의 ASM리소그래피社가 최근 본격적인 시장 공세를 가함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
최근 발표된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의 97년 매출 조사에 따르면 ASML은 지난해 9억달러어치 가량의 스테퍼를 전세계에 공급, 16억 달러를 기록한 니콘과 10억달러 매출의 캐논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데이터퀘스트의 97년 세계 스테퍼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는 ASML이 오히려 2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함으로써 22%대에 그친 캐논을 제치고 니콘에 이은 세계 2위 스테퍼 생산 업체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ASML의 대약진에 국내 업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그 여파가 국내 스테퍼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
지난해 ASML은 국내 S사 64 MD램 생산라인에 DUV용 스테퍼 및 스캐너 장비를 대량으로 공급한데 이어 국내 H 소자업체로부터도 1억7천만달러어치 상당의 물량을 수주함으로써 최근 발주된 국내 DUV용 스테퍼 물량 가운데 50%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올해들어 국내 S사가 ASML측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생산설비인 0.25미크론 이하 공정용 리소그래피 장비에 대해 수백만달러어치 상당의 구매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DUV 스테퍼 시장에서의 ASML의 강세는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니콘과 캐논측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i라인용 스테퍼 시장에 대해서도 ASML의 공세가 올해부터는 본격화 될 것으로 보여 전세계 리소그래피 장비 시장의 지각 변동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달 ASML이 0.28 미크론 이하의 해상 능력과 시간당 96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스텝앤스캔(Step & Scan) 방식 i라인용 스테퍼 「PAS 5500/400」 제품을 본격 출시한 것도 이러한 전면전에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광학 분야에서의 절대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전세계 스테퍼 시장을 혼자 독점하다시피 해온 일본 업체들이 이러한 ASML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어떤식으로 대응해 나갈지도 주요 관심거리중의 하나이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