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정부의 환경시책에 부응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식쓰레기처리기를 개발, 출시하고도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대우전자와 우림전자는 가정용 표준 제품으로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보고 지난해초 미생물발효방식의 음식쓰레기처리기를 발빠르게 내놓았지만 높은 구입가격을 소비자가 전담해야하는데다 관리상의 번거러움, 냄새 문제 등으로 판매가 부진하자 양산을 중단하고 재고량 소진에 집중하는 등 고전을 겪어 왔다.
더욱이 최근 경기침체로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이같은 환경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대우전자는 푸른세상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 이 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에게 권리를 이양하고 판매 및 사후관리를 맡기면서 발을 뺐고 우림전자는 1천여대 가까운 재고에도 불구하고 아예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제품 개발에 나선 여타 업체들은 아예 개발을 중단하거나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출시시기를 늦추면서 시장상황을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6년부터 미생물발효방식의 음식쓰레기처리기를 개발해오다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시제품을 만들었지만 내수시장 악화로 인해 출시시기를 늦추고 제품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 마쓰시타社의 생쓰레기처리기를 수입, 시판해오다 지난해 직접 개발에 나선 아남전자도 내부적인 문제와 시장상황의 악화로 개발을 잠정보류했으며 린나이코리아도 이를 추진하다 최근 중단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가정용 음식쓰레기처리기의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제조업체와 소비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기에는 음식쓰레기처리기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소비자가격이 60만원대에 이르는데 가뜩이나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가계에서 필수품이 아닌 제품에 많은 돈을 투자할리가 만무하고 제조업체로서는 물량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조원가 이하로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차라리 일본처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아래 제조업체가 공조해 일제히 보급확산에 나서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음식쓰레기를 냄새없이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다.
현재 출시돼 있는 음식쓰레기처리기는 미생물발효식이든, 가열건조식이든, 탈수식이든 모두 냄새가 나거나 소음과 진동이 심하거나 오폐수가 배출되는 2차오염의 문제가 남아있어 소비자들이 꺼려한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이를 각 제조업체에 맡겨 중복투자하지말고 정부의 지원아래 산학연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 우리실정에 맞는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호응도도 높아져 훨씬 빨리 보급될 수 있지않겠느 냐는 조심스런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