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 데이콤 데이터통신사업 본부장
정부는 경쟁체제에 부합하는 각종 규제완화 방침의 일환으로 통신요금분야도 과거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통신사업자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올해부터는 한국통신(KT) 시내전화와 SK텔레콤 이동전화 요금 이외에는 모두 신고만으로 요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통신산업은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다수의 사업자가 경쟁을 하더라도 과거 독점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조기에 해소될 수 없는 불완전경쟁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통신산업 중에서도 전용회선사업은 개별 가입자마다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장치산업으로서 신규 진입자가 단기간에 지배적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후발사업자가 1만개소의 가입자 건물까지 통신회선을 구축할 경우 굴착허가 등의 환경규제를 감안하면 최소 4년, 투자비는 무려 약 2조원 이상 소요되어 기존 사업자와 어느 정도 경쟁여건을 구비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반면 한국통신은 약 1백년에 걸쳐 국가의 배려와 국민 세금으로 통신인프라를 구축, 보유하고 있어 한 회선 제공에 따른 소요기간이나 한계비용이 매우 작을 수밖에 없다.
한국통신은 줄곧 「시내 적자, 시외/국제 흑자」라는 논리 아래 경쟁영역인 시외/국제분야 요금은 계속 인하하고 그 손실분은 독점 시내영역 요금인상을 통해 보전함으로써 인위적 경쟁력 유지만을 시도하고 있으나 시내사업 적자의 원인이 비효율성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한국통신 요금조정의 근거가 되는 원가보상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검증된 바도 없고 또한 공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규제도 없는 신고제에서의 요금조정은 경쟁사업자를 죽이기 위한 자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그 피해는 이용자에게 돌아가게 됨은 물론 당초 기대했던 경쟁도입 효과달성은 더더욱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내망 설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가격선도적 위치에 있는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신고제를 배경으로 신규사업자와의 무차별적인 요금경쟁을 시도함으로써 사업 초기단계에 불과한 신규사업자의 시장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고제 전환후 3개월 사이에 두번에 걸쳐 시내 20% 인상, 시외 최대 30%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한국통신의 요금전략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공정 경쟁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우선 KT의 시외부문과 시내부문의 구조적 분리를 통해 시내사업의 효율성을 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시내와 시외의 회계분리와 이에 따른 객관적 원가계산 근거의 정립 및 요금조정시 근거가 되는 원가계산의 객관적 검증장치가 마련되어 요금의 덤핑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합리성과 효율성이 제고되는 방향으로 요금정책을 운용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박래안 한국통신 마케팅본부 마케팅전략팀장
한국통신은 98년 4월1일부터 시내전용회선 요금은 평균 11.5% 인상하고 시외전용요금은 평균 12.1% 인하하여 그동안 원가보다 높게 책정된 시외요금을 연간 약 4백억원 이상 이용자들에게 환원시키는 요금구조 조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요금조정의 배경은 전용회선 요금은 시내, 시외로 구분돼 있는데 시내전용요금은 원가보다 훨씬 못미치는 적자요금인 반면 시외요금은 흑자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의 전용회선 요금은 93년 2월 조정된 이후 서비스의 고급화와 급격한 기술발전과는 무관하게 현재의 요금체계를 계속 유지하여 왔는데 정부의 공인 원가검증 기관인 KISDI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원가보상률을 보면 96년말 시내 원가보상률은 47%로 2천2백45억원 적자이며 특히 PCM단국장치 및 디지털 회선분배장비가 요구되는 수용구역외 구간의 요금수지가 주요 적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에 시외원가 보상율은 1백14~1백16%로 약 5백억∼6백억원 정도 흑자가 발생해 전체적으로 96년 1천7백40억원, 97년 2천2백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실정이다.
또한 이용자간 요금부담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현행요금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대도시의 경우 전화국간 거리가 20∼30㎞로 거리구간이 최고 15배까지 차이가 있어 동일거리의 시외전용요금에 비해 최고 6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30㎞ 거리인 서울 고덕지역과 김포 간은 월 2만5천원(전화급 제1규격)인 반면 서울과 경기도 광주 간은 같은 30㎞ 거리인데도 16만4천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후발 전용회선사업자의 주장은 흑자분야인 시외전용회선사업에서는 이용자의 효용증대와는 관계없이 계속 높은 초과수익을 유지하고 적자분야인 시내전용사업은 외면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경쟁도입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주장이다.
데이콤 등 후발 4개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시내 및 시외국간 전용회선 사업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허가되어 있음에도 현재까지 거의 시내전용회선을 판매하지 않고 한국통신의 시내전용회선을 임차하여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요금 수준은 한국통신 보다 약 10∼15% 저렴하게 정부에 신고되어 있다.
그러나 이 요금은 이용자에게 실제 제공되지 않은 『정부신고용 요금표』에 불과하며 단지 『한국통신보다 저렴하다』는 광고용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만약에 시내전용회선 요금이 원가 이상으로 흑자가 되는 사업이라면 당장, 직접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통신의 시장점유율은 90% 정도다. 적자를 무릅쓰고 억지로 영업하고 있는 시내전용부문 33%를 제외하면 57%의 점유율이 정당하다 할 수 있다.
후발업체들은 한국통신이 요금을 조작하여 후발업체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데이콤은 오래전부터 본 사업을 하여 왔으나 여전히 시장점유율이 8∼10%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는 품질, AS 등 가격외 요인에 따른 것이다.
금번 요금조정으로 시외전용회선을 많이 이용하는 기업에게는 요금인하효과를 가져다 주며 반면 시내전용회선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은 일부 요금인상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고액할인, 장기사용할인 등 각종 할인제를 도입하여 인상효과를 최소화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