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위성방송의 핵심채널인 PPV(Pay Per View)가 미국내에서 활성화하면서 비디오 대여업자와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미국 비디오배급인연합회(VSDA)가 집계한 미국인들의 지난해 영화비디오 대여건수는 전년대비 4.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VSDA는 이같은 비디오 대여건수 감소현상은 디지털위성방송의 보급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디렉TV등 미국내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들이 각자 50개 이상의 PPV 채널을 장르별,분야별로 활용하면서 가입자들의 영화시청패턴이 변화됐다는 것이다.
제프 이브즈 VSDA 회장은 예를 들어 미국내 최대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에 가입한 3백80만의 위성수신기 보유자들은 새로운 영화를 보기위해 대여점을 찾는 대신 『간단히 리모콘만 누르기만하면 되는 디지털위성방송의 PPV채널을 찾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물론 미국내에서는 통상 일반가정에서 영화비디오를 빌리려면 먼거리까지 나가야 된다는 점도 디지털위성방송 PPV 채널의 성공요인중 하나이다.
비디오대여업자들에게 있어 또다른 위협은 케이블서비스 사업자들의 움직임이다.
최근 TCI등 거대 케이블 MSO(복수종합유선방송국)들은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채널용량을 1백여개 이상으로 확대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디지털위성방송의 PPV채널에 이은 또다른 위협이 될 전망이다.
케이블 MSO들의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오는 2000년까지는 적어도 4백만에 달하는 케이블가입자들이 집에 앉아서 편안히 영화를 보는 쪽을 선택함으로써 비디오대여점으로 테이프를 빌리러 가는 일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디지털위성방송의 PPV 채널이 비디오대여점에만 파문을 일으킨게 아니다.
할리우드 메이저영화사들도 최근 비디오 대여동향과 PPV 채널 시청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최근 민간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른다면 디렉TV 가입자들이 PPV로 시청하는 영화의 수입은 비디오 대여 수입의 절반밖에 되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또한 비디오대여점의 수익하락이 유료네트워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디렉TV와 같은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인 USSB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HBO나 쇼우타임,스타Z,시네맥스,무비채널 등의 다양한 공급원을 포함한 30개 이상의 유료채널에서 원하는 영화를 바로 선택할 수 있다.
헐리우드제작사들의 딜레마는 PPV채널과 비디오대여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비디오 대여 비율이 4.2%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메이저사들이 비디오부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73억8천만달러에 달했다. 메이저사들에 있어 비디오는 대부분의 영화에 있어 극장상영을 포함한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더많은 수입을 만들어내는 창구이다.
반면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디지털위성방송과 케이블을 합쳐 벌어들인 수익은 7억8천여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물론 PPV를 통해 메이저영화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지난 94년 2억8천만달러를 기록한 이래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디오 대여업과 PPV간 경쟁의 중요 포인트는 영화사들이 비디오대여점을 위해 제공하는 독점적 권리보유기간이다. 즉, 대여점이 비디오를 대여하여 어느 정도 수입을 올릴때까지 케이블과 디지털위성방송은 이를 서비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디오대여업자들도 이에 착안,지난 96년 평균 38일의 독점적 권리보유기간을 53일로 늘렸고 앞으로는 60일까지는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디렉TV등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이에 대응해 또다른 카드를 메이저 영화사에 제시한 상태여서 비디오대여업자들의 열망이 그대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디렉TV측은 메이저영화사들이 비디오대여업자에 대한 권리기간을 단축시키는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보장해준다는 조건을 제시,메이저영화사들을 흔들고 있다.
한 메이저영화사 관계자는 『우리의 과제는 PPV채널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사양세를 나타내고 있는 비디오대여사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전하고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