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전자(대표 김내순)는 77년 설립된 이후 21년 동안 오로지 카오디오용 튜너만을 고집해온 업체다.
비록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세계 카오디오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상표인 「TBK」를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카오디오용 튜너 하나로 한국의 기술력을 묵묵하게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전세계 튜너시장에서 1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태봉전자는 특히 카오디오업체가 밀집해있는 홍콩에서 내로라하는 일본업체들은 제치고 시장점유율이 40% 정도에 이를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태봉전자가 77년 튜너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일본업체인 미쓰미를 비롯해 상신, 니폰에이스 등의 견제가 심해 어려움이 있었으나 꾸준한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결과 다른 업체보다 일찍 국제화작업에 착수하게 되고 결국에는 국내 카오디오 튜너업체들은 물론 일본 경쟁업체들까지 손을 들게 만들었다.
태봉전자는 90년 초 중국 천진에 공장을 건설한 데 이어 심천 등에 현지공장을 건립해 월 1백50만개 상당의 튜너를 중국에서 생산,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또 94년 6월에는 인도네시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해외에서는 저가 보급형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에 전력하는 이원화 생산체제를 갖췄다.
이 결과 카오디오용 튜너, 특히 중저가형 튜너 시장에서는 일본업체들이 80년대 중반 이후 태봉전자에 밀려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고 있는 태봉전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제품 고급화와 관련부품으로의 사업다각화다.
중저가 제품은 중국 등 경쟁업체가 늘어나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보고 세트 회로에 장착되던 중간주파(IF) 검파, 스테레오 좌우신호검출(MPX) 회로를 내장한 고부가, 고급 튜너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거래물량이 적었던 일본 유명 카오디오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 고급 튜너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튜너기술을 응용해 정보통신분야의 고주파부품 전문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 그동안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각종 튜너 외에 9백㎒ 대역의 무선전화기용 송수신모듈을 개발,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으며 현재 소니, 샤프 등 일본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는 CDMA방식 이동전화기의 RF모듈과 유럽의 GSM방식 이동통신단말기용 RF모듈도 곧 개발, 변신을 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용 튜너도 올 8월까지 개발 완료하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기준 대표이사 전무는 『올해는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59%가량 증가한 3백42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방침』이라며 『아울러 중국과 인도네시아 공장에 대한 관리강화 및 시설투자를 통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네트워크화된 생산기반을 갖춰 나갈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권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