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밝히는 별들은 무수히 많다. 종류도 행성, 위성, 혜성, 소행성 등 다양하다. 그 가운데 소행성은 망원경으로도 그 표면을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별이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몰려 있는 돌덩어리 별들로 길이가 작은 것은 수십 ㎝에서 큰 것은 수백 ㎞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행성은 약 1만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인 이름을 얻은 별은 7천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소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피아치라는 시칠리아의 신부다. 천문가였던 그는 시칠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별 지도를 그리고 있었는데 그때 황소자리에 작은 별 하나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이 소행성의 첫 발견이다. 그는 이 별에 평소 자신의 후원자였던 나폴리 왕 페르디난도의 이름을 붙였다. 단지 그동안의 뒷받침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한다.
소행성은 천문학계에서 혜성과 함께 발견자가 자유롭게 명명할 수 있는 우주물체이나 지금까지 국내학자에 의해 발견된 적이 없으며 우리나라와 관련된 명명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인이 발견한 행성에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후루카와 기이치로라는 일본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한 소행성에 「관륵」(KANROKU)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또 동료교수에게도 그 교수가 발견한 소행성에 「세종」(SEJONG)이라는 이름을 붙이도록 권유했다는 것이다.
관륵은 백제의 천문학자로 당시 일본에 건너와 달력과 천문학, 지질학 등에 관한 지식과 책을 전달한 일본 천문학의 시조다. 세종은 한글창제 외에 궁중에 과학관인 흠경각을 설치하고 혼천의, 해시계, 물시계를 발견한 것은 물론 천문, 역법에 관한 책까지 펴낸 인물이다. 관륵이나 세종의 업적이 일인학자에 의해 별처럼 빛나게 되어서 고맙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무엇보다 장비부족으로 이들 별을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국내 천문학자의 소행성 발견이 전무한 것은 소행성 전문 천문학자가 거의 없는 데다 아마추어 천문 동호인도 1천명 정도로 일본의 1%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주강국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천문 저변인구가 늘어야 한다. 소행성에 국민들이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