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행정, "목동시대" 열린다

방송행정을 정부가 관할했던 광화문시대가 마감되고 민간주도의 목동시대가 새롭게 열린다.

새로 문을 연 서울시 목동 소재 방송회관에 미래의 방송행정주역들이 오는 20일 방송위원회의 입주를 시작으로 속속 이전한다.

지상파방송을 대표했던 방송위원회의 맞상대였던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21일 입주하는데 이어 방송행정의 정책자문 및 연구기능을 수행해 온 방송개발원이 다음 주말경 방송회관에 입주,본격적인 방송행정의 목동시대를 열어간다.

물론 4월 국회에서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강화를 전제로 한 새방송법이 통과, 처리된다는 가정에 따른 전망들이지만 새정부의 의지가 강력해 방송행정의 목동시대는 가설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통합방송위원회가 개척할 목동시대는 우리방송이 지상파만이 아닌 위성, 케이블이 공존하는 뉴미디어방송시대를 열어간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새방송법이 아직까진 확정된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지 않아 통합방송위원회의 구상은 불명확하나 최근까지 국민회의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윤곽은 대체적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이다.

먼저 통합방송위원회의 모델은 민간독립규제기구의 형식을 갖출 것이 확실시 된다. 한때 대통령 직속의 정부기구화하는 것도 검토됐지만 방송의 탈정치화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있는데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않아 민간 독립규제기구로 최종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통합방송위원회는 사실상의 방송 인허가권인 추천권을 확보,방송정책, 방송행정, 심의규제, 사업자간 공정경쟁 유도 등 준행정, 준사법, 준입법 기능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보처와 방송행정을 대별했던 정보통신부는 방송의 하드웨어에 관한 부문에 국한하게 되며 과도기적으로 방송행정을 담당할 문화관광부는 프로그램산업 지원기능에 제한토록 하는 업무분장을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구도속에서 통합방송위원회는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의 전체구도 및 매체정책과 사업자간 공정경쟁을 중심으로 강력한 방송산업 진흥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이제까지 각종 방송토론회 석상에서 5인 안팎의 상임 방송위원을 제시,통합방송위원회가 기능별 업무분장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 프로그램 및 광고관련 심의기능 위주로 업무를 진행해왔던 기본기능들은 엄청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등 각 매체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매체정책을 담당할 조직이 요구되고 사업자간 규제준수 및 입법기능,대정부 업무기능,행정법 심판기능,공보기능,국제협력기능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방송위원회는 탈태환골의 과정을 겪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통합방송위원회의 위상강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송위 뿐만 아니라 종합유선방송위,방송개발원 등 관련조직 모두 향후 조직 구성에 불안감을 내비치면서 초미의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심의중심의 기능을 수행해왔던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두 조직만 해도 인력이 3백여명에 이르는데다 정책 및 프로그램연구,전문인력 연수 및 자료수집기능을 담당해왔던 방송개발원도 70여명에 달하고 있어 이들 조직의 내부정리 및 외부 전문인력 수혈도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조직구성이 논의될 통합방송위원회의 정착을 위해서는 이같은 내부문제 이외에도 두가지 문제를 더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정보통신부에 남겨둔 하드웨어 즉,디지털지상파TV나 HDTV(고선명TV) 도입과 같은 미래의 신기술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우리 방송산업의 아킬레스건인 영상산업의 진흥을 문화관광부와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또하나는 미국연방통신위(FCC)의 사례에서 보듯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줄 의회와의 관계정립 문제이다. 특히 이 문제는 통합방송위원회의 문제라기 보다는 「방송전문가 부재」라는 의회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두 문제가 원할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통합방송위원회로의 방송행정기능 이관은 신정부의 「하나의 실험」에 그칠 위험성도 크다는 지적이 높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