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정보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다지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컴퓨터를 가르치고 대학입시에도 컴퓨터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정보화 교육개혁을 선언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컴퓨터 교육의지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어 우리나라를 정보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또 정보화가 곧 세계화의 지름길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교육정보화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컴퓨터교육은 교육부의 교육정보화사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까지 6천억원 규모의 막대한 에산을 투입해 교단선진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전국 초, 중, 고교 20만 학급 중 5만5천개 학급에 프로젝션TV 또는 컴퓨터 화면영상기를 비롯해 펜티엄 PC와 VCR, 실물영상기 등의 첨단 멀티미디어 장비를 공급해 새 학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또 올해는 교단선진화를 목표로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인천, 광주, 경기 등 전국 16개 시, 도 교육청 산하 초, 중, 고교 6만여 학급에 컴퓨터 장비가 도입된다.
이들 학교당 50대씩 총 6만3백71대의 실습용 컴퓨터가 보급되며 이와는 별도로 교사용 컴퓨터도 6만9천5백21대가 보급된다.
또 이미 교단선진화 장비를 도입해 멀티미디어 교실을 구축한 각 학교에는 2천년까지 교내 전산망이 구축돼 전국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올해에만 2천개 학교에서 인터넷을 고속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며 이 망은 초고속 정보통신망과도 연동된다.
이와 함께 최근 교육부는 교단선진화, 멀티미디어교실 구축, 교내 전산망사업 등 그동안 단위사업별로 추진해오던 교육정보화사업을 상호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PC규격에서부터 네트워크 구성방법 등 각종 하드웨어에 대한 통합 모델을 개발키로 했다. 이를 위해 모델연구를 산하단체인 「한국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에 의뢰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6월말부터 각급 학교가 자율적으로 구매토록 할 방침이다.
컴퓨터 교육을 위한 인력양성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정보통신인력양성사업계획(안)」을 발표하고 내년에 인력양성을 위해 정보화촉진자금에서 1천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모두 6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교육을 전담할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이 설립된다. 또 한국과학기술원이 운영하고 정보통신영재센터에 오는 2002년까지 매년 5억원이 지원된다.
또 최근 대학들이 컴퓨터 활용이나 프로그램 작성 등 정보화 능력을 학생을 선발하는 정보화 특기생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어 일선 고교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학교 컴퓨터교육 현장에 가보면 이같은 핑크빛 전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정부가 컴퓨터 조기교육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부터. 낙후된 시스템의 교체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컴퓨터실이 많은 학생들에게 잘 활용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급 학교 컴퓨터 교육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컴퓨터관련 교육과정은 초등학교의 경우 5, 6학년 실과교과에 1개 소단원, 중학교는 기술 및 산업I 교과에 1개 단원이 각각 정규 과정으로 배정돼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는 기술, 상업 등 실업과목에 1개 단원이 배정돼 있다. 양도 10여쪽 미만으로 짧지만 내용도 인터넷이나 멀티미디어 등 최근의 컴퓨터 동향을 설명하기 보다는 기계적 설명에 치중하고 있다.
컴퓨터 교육을 위한 인력도 아직까지 태부족인 실정이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민간기업들에 초등학교 정보화 교육을 개방했으나 조율되지 않은 과당경쟁으로 적지 않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컴퓨터는 있지만 가르쳐주는 강사가 없거나 부실한 콘텐츠로 아이들의 흥미만 떨어뜨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교육소프트웨어진흥센타 김학구 이사는 『교육정보화는 아직 정부의 의지와 일선 학교의 교육환경이 제각기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교사들의 교육내용을 학교에서 적용하기에는 학교정보화가 아직 낙후되어 있어 학생들에게 컴퓨터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학교정보화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선학교의 정보화지원이 보다 과감하게 추진돼야 하며 교사들의 연수평점도 보다 현실적으로 보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컴퓨터 교육은 자라나는 꿈나무들의 정보화 정도를 좌우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일찍부터 정보화에 눈을 뜨고 이를 제대로 활용해 나간다면 미래 우리나라의 정보산업은 외국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비추어볼 때 학교 교육에서 배출할 인력들을 수용하게 될 업계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는 지난해 5월 교육개혁위원회에 컴퓨터교육을 초, 중, 고등학교의 필수과목으로 해주고 정부의 정보화 교육예산도 대폭 확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건의서에서 위원회는 초등학교에서는 실과과목을 컴퓨터로 대체하고 중학교에선 현재 선택과목인 컴퓨터를 필수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실업과 가정 과목에서 분리해 필수과목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컴퓨터 전문교원 양성을 위해 교육대 및 사범대에 컴퓨터교육 관련학과 설치를 확대하고 6개월 이내에 전문강사를 배출하는 컴퓨터전문 교원양성소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의 컴퓨터 교육이 본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관련업계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장기적 안목을 가진 정부의 조정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이제 구호나 눈으로만 보여주는 컴퓨터 교육이 아니라 우리의 꿈나무들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컴퓨터 교육에 나서야 할 때다.
<양봉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