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의 하중이 결국 가장 말단에 있는 여성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성은 비록 남성보다 약하게 태어났을지 몰라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일단 남성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과 환희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끼리의 수다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사이버공간에 만들어진 여성만의 세계인 유니텔 주부동호회 「주부네트웍」이 최근 통신상에 올린 삶의 이야기를 책(장미의 나라, 도서출판 나라사랑)으로 엮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들이 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표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반란으로 평가되는 「장미의 나라」는 여성이 남성에게 보다 당당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든 남성은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태어났듯이 남성중심의 사회 이면에는 이미 여성만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던져 남성우월주의를 꼬집기도 한다.
특히 「우리들의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너무도 닮은 꼴이었다. 아내, 엄마, 딸, 며느리로서 어쩌면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닮은 꼴의 삶을 마치 꼬리표처럼 달고서…」라는 이야기를 통해 통신의 공간에서는 출신지가 어디이든, 나이가 몇살이든, 집안이 잘살든 못살든, 남편이 능력이 있든 없든간에 평등함으로써 자신들의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스스로의 다짐도 배어 있다.
「가끔 이혼을 생각한다」 「섹스는 대화다」 「나쁜 며느리의 변명」 「슈퍼우먼 타령은 제발 그만」 등 여성해방에 대한 얘기들이 있는가 하면 「전업주부에게도 성공은 있다」 「아이와 함께 크는 엄마」 「아름다운 사랑 그 영원한 테마」 등 여성으로 자신을 지켜가는 대목도 언급하고 있다.
지난 96년 2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해 이제는 1천2백여명의 매머드급 동호회로 자리잡은 주부네트웍의 대표시삽 김유경씨(35)는 『지난 1월 말 그동안 남편에 대한 고민과 자식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으며 서로 위로하면서 살림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내자는 의견들이 나와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면서 『주부들의 진솔한 삶이 그대로 비쳐지고 있어 많은 독자들의 격려편지가 동호회에 올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미의 나라」는 여성들의 깊은 내면에서 내뿜어지는 장미의 향내와 가시가 어울러진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결코 아무데서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진정한 삶의 이야기를 엮어감으로써 남성들에게도 그들의 아내가 무슨 고민과 꿈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김 시삽은 『주부네트웍은 유니텔의 3백여 동호회 중 이용시간 면에서 2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주부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면서 『올해 IMF시대를 맞아 재활용품 모으기와 안쓰는 물건 교환하기 등 「아나바다운동」과 「환경보존운동」을 적극 펼쳐 나가는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봉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