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그룹이 영상미디어 전문업체인 디지탈미디어의 프로테이프 및 음반사업을 (주)새한으로 이관키로 함에 따라 디지탈미디어의 사업이관 배경과 (주)새한의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한그룹은 사업이관 배경에 대해 전문화를 통한 역량집중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는 디지탈미디어의 경영부실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디지탈미디어는 지난해 약 5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경상비 지출 확대와 환차손 등으로 큰 폭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영화사업의 경우 잇단 흥행실패로 경영난을 부추켰고 프로테이프사업도 산적한 재고로 인해 몸살을 앓을 지경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여기에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사업도 방송사의 외주제작 축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으로부터 수혈을 받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이같은 경영부실은 시장상황을 고려치 않고 의욕만 앞세운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사업 특화보다는 경쟁 대기업들의 영상사업 컨셉트를 그대로 모방해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룹측이 이번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디지탈미디어의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영상제작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때늦긴 하지만 바람직한 처방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탈미디어는 외형 축소는 불가피하겠지만 조직 재정비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방송프로그램 전문업체로의 궤도 진입을 실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디지탈미디어로부터 홈비디오 및 음반사업을 이관받은 (주)새한은 경영구조가 그룹내에서 가장 견실하고 그룹 주력 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새한그룹이 (주)새한을 통해 본격적인 영상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새한측은 사업다각화를 모색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영상사업이 그 방향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주)새한의 한 관계자는 『홈비디오사업과 음반사업을 연계할 사업을 모색중이나 본격적인 영상사업 추진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주)새한의 사업 향배는 아직 가늠키 어려우나 미디어관련 종합물류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주)새한은 유통분야의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으며 홈비디오 및 음반유통사업을 위한 스터디도 꽤 열심히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새한의 한 관계자도 『국내 미디어 관련 종합물류 유통망은 열악하다 못해 전무한 실정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해 (주)새한의 행보를 가늠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디지탈미디어의 홈비디오 및 음반사업 이관은 사업주체에 대한 기업 신뢰성에 적지않은 오점을 남겼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새한그룹은 그동안 홈비디오 등 영상미디어사업을 지난 93년 새한미디어에서 전담하도록 했다가 96년 디지탈미디어로 이관했으며 또다시 이번에 (주)새한으로 이관함으로써 사업참여 5년 만에 무려 3차례나 말을 바꿔타는 등 「일관성」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