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및 일본 지역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대폭적인 설비투자 축소가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 의외의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들어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제품 출하 및 단기 순이익이 급락 현상을 나타내는가 하면 각종 반도체 장비 관련 시장 전망 수치들도 급격히 하향 조정되는 등 아시아 지역 금융위기로 인한 한국 및 일본 업체들의 반도체 투자 축소가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회복을 가로막는 최대 암초로 인식되는 분위기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은 전년대비 11.6% 증가한 3백16억달러 규모를 기록,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세계반도체장비및재료협회(SEMI)측의 애초 전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 전망 수치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빠져들고 있다.
VLSI리서치는 최근 한 조사 자료를 통해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한국 및 일본 시장의 대대적인 축소로 인해 3.4% 대 이하의 낮은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국의 투자금융회사인 모건 스탠리社도 한국 및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들의 올해 설비 투자 규모가 전년대비 12∼14%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곧바로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들을 입증하듯 지난해 하반기 이후 1.0을 넘어서던 북미지역 반도체장비 BB율(수주대 출하비율)이 지난 2월에는 0.92를 기록, 반도체 장비 시장이 또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B율 0.92는 제품 출하액 1백달러당 주문액이 92달러를 기록했다는 의미로 반도체 장비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세계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단기 순이익 및 매출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 최대 스테퍼 생산업체인 일본 니콘社의 경우 최근 한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단기 순이익이 무려 60% 이상 감소했으며 미국의 램리서치社는 아시아 지역 금융 위기로 인한 장비 수출물량 감소를 이유로 전세계 지역 7백명 이상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또한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2%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도쿄일렉트론 등 대부분의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올해 매출을 전년에 비해 50% 가량 낮게 잡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은 『향후 2백56MD램 설비 투자와 3백㎜ 웨이퍼 대응 장비 도입 등 반도체장비 시장을 회복시킬 새로운 호재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설비 투자의 시기가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인데다 대부분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 투자 쪽보다는 연구개발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어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반도체협회측은 올해 한국 반도체 장비 시장을 전년대비 50% 이상 감소한 15억5천만 달러 정도로 전망하고 있으며 VLSI 리서치측은 올해 일본 시장이 전년대비 19.7% 감소할 것으로 최근 발표했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