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아카데미상 "타이타닉"을 위한 잔치

지난 23일 열린 제7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영화 「타이타닉」을 위한 파티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주제가상, 의상상, 시각효과상, 촬영상, 편집상 등 11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역대 최다수상작인 「벤허」(59년)와 타이기록을 세운 것이다.

「타이타닉」은 총 제작비 2억8천만달러가 투자된 블럭버스터(대작영화)로 흥행여부에 따라 공동 제작, 배급사인 20세기 폭스(1억9천만달러 투자,세계 배급)와 파라마운트(9천만달러 투자,미국 배급)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의 모험이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언론들은 『타이타닉이 지옥(흥행참패)을 맛보게 될 것이다』,『무리한 제작비 때문에 두 영화사가 무너질 것이고 이는 곧 할리우드 영화계의 대혼란을 의미한다』는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타이타닉」의 전세계 흥행수익이 10억5천만달러를 넘어선데다 상업영화 가치평가의 척도인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두 영화사가 희색만면이고,제임스 카메론의 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타이타닉」의 흥행기조는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IMF 구제금융시대를 맞이한 한국민의 정서에서 비롯된 『타이타닉 관람은 곧 외화유출』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달 24일 현재 서울 87만,전국 2백10만명이 「타이타닉」을 관람한 것이다.

한편 아카데미상의 꽃인 남녀 주연배우상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열연한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가 각각 수상했다. 또한 「LA 컨피덴셜」에서 열연한 킴 베이싱어가 여우조연상을,「굿 윌 헌팅」에서 수학천재를 도와 주는 심리치료사 역할을 한 로빈 윌리엄스가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는등 주연상, 조연상 모두 「타이타닉」을 비켜가 『타이타닉은 배우없는 영화』라는 우스개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