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세계 일류에 도전한다 (10.끝);세일물산(FPC)

매출규모 1백50억원에 불과한 자그마한 업체가 단면 연성인쇄회로기판(FPC)에 관한한 세계 최고를 꿈꾸고 있다.

경기도 군포에 자리잡은 세일물산(대표 원우연)이 바로 그 주인공.

세일물산은 세계 연성인쇄회로기판(FPC)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멕트론, 스미토모, 소니케미컬 등 골리앗들과 기술과 품질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수있는 다윗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세일물산은 양면화, 다층화되고있는 PCB 산업추세에 아랑곳 없이 단면에 기술력을 집중, 이 분야에 관한한 초일류업체인 일본 멕트론도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세일물산은 특히 지난해 까다롭기로 소문이 난 일본의 소니사에 32비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용 PFC 납품업체로 선정, 세계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소니는 그동안 멕트론, 후지쿠라 등 굴지의 업체들에게서만 제품을 공급받는 까다로운 거래선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세일물산이 이들과 나란히 플레이스테이션용 FPC 공급권을 획득함으로써 세계 FPC업체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

그러나 세일물산이 이같은 평가를 받기까지는 12여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이 배어있다.

지난 85년 설립된 세일물산은 경성 PCB업체들이 일취월장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FPC에만 옹골차게 매달려 오직 기술력과 품질만으로 성공하겠다는 승부근성으로 버텨왔다. 20억원의 자본금으로 탄생된 자그마한 세일물산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속 성장이 불가능했기에 혼자힘으로 기술과 품질, 그리고 노력만으로 착실하게 커왔다. 설립 3년만인 지난 88년 삼성항공의 카메라용 FPC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세일물산은 이후 오디오, VCR, 캠코더, CD롬 드라이브 용 등 국내 업체들이 필요로하는 FPC를 차근차근 국산화하면서 기술력과 명성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세일물산이 속도는 느리지만 착실하게 성장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능력을 벗어난 고난도 제품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있는 분야만을 선정해 고객들에게 확실한 품질을 제공하고 신뢰를 얻어내는 전략으로 일관해온 것. 세일물산은 잔손질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 특성상 품질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향상하는데 만전을 기해 삼성항공으로부터는 무검사 납품업체로 지정받을 정도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10년 이상 피나는 노력 끝에 지난 96년 매출 1백억원을 어렵사리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초우량 해외 고객까지 확보한 세일물산은 이를 바탕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제2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전체 매출액의 약 30%선인 25억여원을 과감히 투자, 생산능력을 기존의 5배인 월 5만장으로 늘려 연성 FPC의 생산능력에 있어서만은 일본의 멕트론, 스미토모, 소니케미컬 등과 당당히 겨룰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또 중국 천진에 FPC 후가공 공장을 설립한데 이어 홍콩에 현지법인 설립도 추진하는 등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필요한 몸만들기에도 한창이다. 10여년의 기다림 끝에 FPC가 IMF 한파가 몰아치는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원우연 사장은 제2의 도약을 위해 끊임없이 발을 굴리면서도 『아직은 부족한게 많다』며 10여년부터 몸에 베인 특유의 겸손과 성실함을 잊지않고 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