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장자동화(FA)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줄 「98 한국 국제 공장자동화종합전(KOFA 98)」이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다.
(주)첨단과 한국종합전시장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는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마인드가 싸늘하게 냉각된 시점에 개최됨에 따라 국내 자동화 업계는 물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제조업체들에게 정보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말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생산성 향상 및 경영 합리화를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새로운 경영체계 구축과 함께 생산 부문에서도 한층 효율적인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그 어느해 보다 가시적인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IMF 한파를 수출로 돌파하려는 기업의 노력에 발맞춰 주최측이 약 25개국을 대상으로 바이어 유치작전을 치밀하게 전개, 이번 전시회가 대량수출의 물꼬를 트는 장의 역할도 충분히 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로 9회째인 이번 전시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 국내외에서 2백30개 업체가 참가, 7백여 부스에서 산업용 로봇, FA시스템, CAD/CAM, 분산제어시스템, 응용 소프트웨어, 산업용 컴퓨터, 전동공구 등 각종 자동화기기가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물류 및 자동창고전, 기계 및 금형전, 로봇 및 유공압기기전, FA시스템 및 제어계측기기전, 공구 및 금속가공기기전 등이 「전시회 안의 전시회」로 개최돼 공장 자동화 관련 최신 기술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최측은 이번 전시기간 중 총 10만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아 상담 및 계약이 활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품 품목별로 주요 참가업체를 보면 우선 공구 및 금속가공기기관에서는 성신정공의 표준기어드 모터, 신영테크노의 핸드룸 등을 선보이고 물류 및 자동창고전시관에서는 동일고무벨트에서 스테커 크레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로봇 및 유공압전시관에서는 한신로보테크에서 공압 인덱스 테이블을 출품하고 FA시스템 및 제어계측기기관에서는 인텔루션코리아와 한국원더웨어에서 FA용 소프트웨어를, 중앙전자에서는 산업용 컴퓨터를 소개할 예정이다. CAD/CAM관에서는 태일시스템이 오토 매니저 워크 플로 등을 출품할 방침이다.
이밖에 해외에서는 독일의 보쉬를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 이스라엘 등에서 다수의 업체가 참여, 최신 공장 자동화 기기들을 출품함으로써 국내외 FA 기술 및 정보의 교류는 물론 세계 FA 산업의 현 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회 기간 중 △공정 제어의 제어계측 기술과 CIM 구축(벽성전문대학교 전자과) △인버터 드라이브 기술의 최신사례(LG산전 전력전자연구실) △공압시스템의 PID제어(한국훼스토 부설 FA기술연구소) △PLC의 발전동향과 표준화(LG산전 플랜트 Gr연구소) 등의 기술 세미나가 27일과 28일 양일간 열려 기술 정보 교류도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에 공장 자동화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국내 자동화 산업은 96년까지만 해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제조업체들의 자동화에 대한 투자액도 지난 85년 2천2백46억원에서 10년만인 95년 1조7천6백억원으로 8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국내 제조업계의 자동화수준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까지 한참 뒤떨어진 상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4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공장 자동화율은 50.8%에 머물고 있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의 82.7%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의 총투자액 중 자동화에 대한 투자비도 6.9%로 일본의 자동화 투자비율인 17.2%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자동화기기 업체들의 기술수준도 타 업종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는 형편이다. 전반적인 기술수준은 일본의 70%선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주요 핵심부품은 대부분 외국 선진업체들로부터 조달, 그 어느 분야보다 무역적자 폭이 큰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산업용 로봇의 경우 컴퓨터 수치제어(CNC) 공작기계와 전자제품 및 기계류 전장품의 생산 부문에서 기술축적을 이룩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제조에 나서고 있으나 판매는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극심한 블럭화 현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로봇 구조 요소 중 핵심이랄 수 있는 컨트롤러와 본체 설계기술, 부품 및 응용 소프트웨어 기술 등은 아직까지 선진국의 기술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CAD/CAM용 소프트웨어와 공정제어용 응용 소프트웨어 등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드웨어중 마이크로 컴퓨터 및 퍼스널 컴퓨터 등 일부 기종과 컬러 모니터, 간이용 플로터 등 주변기기 일부를 제외하고 CAM 분야의 기술중 3차원 도형처리, 엔지니어링 해석기술, 생산 및 재고 제어기술 등은 특히 취약한 분야로 지적되고 있다.
논리연산제어장치(PLC)와 인버터, 분산처리제어장치(DCS)도 일부 기종을 제외한 소형기종을 국내 업체들이 기술도입을 통해 생산할 뿐 대형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설계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아직 선진국과 현격한 기술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류 부문의 경우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 및 유통업체 7개 업종 2천여개사를 대상으로 물류관리 활동을 조사한 결과 5백점 만점에 평균 3백26.3점으로 저조한 수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자동창고시스템 역시 일부 단품을 제외한 핵심 구성요소 및 소프트웨어를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안방을 외국업체에 송두리 째 내준 계측기기 분야도 고품질을 내세운 외국 계측기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계측기기 부문 무역적자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자동화산업은 그 자체로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산업 전분야에 대한 기술적 파급효과도 커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특히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육성시켜야 할 산업이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자동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장 자동화 핵심기술 및 기기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쟁력 확보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자동화기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기본적으로 핵심기술 국산화를 통해 국내 자급체제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도 자동화 부문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적생산시스템(IMS)을 오는 2001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생산기술연구원과 77개 기업 및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첨단생산시스템 개발사업을 국책과제로 선정, 관련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공작기계 업계가 막대한 개발비 부담으로 손대지 못하던 CNC장치 개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국내 제조업체들의 자동화설비 구축을 위한 자금규모도 매년 확대할 방침이며 국산 자동화설비에 대한 품질인증을 위해 국립품질기술원에 자동화설비 시험센터를 설립하여 우수품질마크를 부여하고 하자보증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국내 공장자동화 업계의 실정을 고려할 때 날로 급격해지는 자동화 관련 기술 발전 추이를 따라가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수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병역특례제도 개선과 각종 세금 감면 조치 등으로 현장 기술인력의 이탈을 최대한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와 함께 자동화기기 업체들도 나름대로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기술을 십분 활용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꾸준한 기술개발 노력과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