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가 울고, 그대로 두자니 협력업체가 울고.』
가전업계가 가전제품의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대비 원가비중이 높은 소형가전제품들의 가격인상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리점에 손님들이 줄어드는 판국에 가격까지 올려버리면 판매가 더욱 부진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최고 2백%까지 올라버린 원자재가를 반영하지 않고서는 협력업체들이 납품중단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 것.
이에 가전3사와 동양매직 등은 중소업체들로부터 OEM공급받는 소형가전제품 중 원가상승폭이 큰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소비자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일부 품목의 소비자가격은 인상하지 않은 대신 납품가격을 인상했다. 결국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소화한 셈인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원자재가의 상승 문제는 중소가전업체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소형가전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소형모터와 마이컴, 충전배터리 등의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으며 사출물에 인쇄하는 레진 가격도 50% 이상 올라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주장이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은 원자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품목은 생산량을 대폭 줄이거나 생산을 중단하고 원가부담이 적은 제품으로 주력품목을 바꿔나가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원가상승분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10~15% 정도 소비자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가전업계는 원자재가 인상을 흡수하면서 판매확대를 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는 원가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IMF실속형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잡기에 나섰다. 가전3사와 동양매직은 진공청소기, 전기보온밥솥의 경우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을 내세워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중소업체들은 전기이발기, 이온헤어드라이어 등 틈새상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