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극장가 흥행 성적표

1.4분기 영화시장은 지나간 겨울을 마감하고 다가올 여름을 준비하는 시기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겨냥해 개봉됐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국에서 겨울방학동안의 흥행을 끝낸 후, 6월부터 시작될 여름시장까지 공백기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대작영화 「타이타닉」이 개봉되고 「LA컨피덴셜」, 「크래쉬」 등의 화제작들이 뒤늦게 한국에 상륙하면서 예년과 달리 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올해 1.4분기 극장흥행을 주도한 작품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지난달 20일 전국 68개 극장에서 개봉돼 최근까지 서울 87만, 전국 2백10만명의 관객이 「타이타닉」을 관람했다.

특히 지난 23일 아카데미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휩쓸어 한동안 흥행성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아카데미 9개 부문을 휩쓸면서 2.4분기까지 서울에서만 6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경우보다 「타이타닉」의 시장장악력이 더욱 강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감독 허진호)는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작품. 지난 1월 24일 개봉돼 서울에서만 4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97년 「접속」(감독 장윤현)의 흥행성공으로 한국영화계에 불어온 멜로드라마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접속」의 성공이후 「편지」(감독 이정국)가 최루성 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반면 「8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을 앞둔 남자주인공의 번뇌와 여자주인공의 사랑이 잘 절제된 상태에서 표출돼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난 7일 각각 개봉된 「LA컨피덴셜」과 「크래쉬」도 극장주들을 고무시킨 영화. 개봉한지 한달도 되지않아 서울에서 14만명(LA컨피덴셜:삼성 수입)과 11만명(크래쉬:대우 수입)의 관객을 동원했다.

「LA컨피덴셜」은 작년 미국의 5대 비평가상을 모두 석권하는 기록을 작성하며 「타이타닉」이 개봉되기 전에 흥행을 주도했던 작품.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쉬」는 96년 칸느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충격적인 주제로 세계 영화인들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화다. 현재 두 영화의 수입사들은 관객유인을 위해 각각 2억원대의 홍보비를 쏟아붓는 등 서울관객 20만∼25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함께 작년 12월 13일 개봉된 공포영화 「킹덤」(런닝타임 4시간20분)이 서울관객 10만명을 넘어서며 장기흥행중이고, 아카데미 남녀주연상(잭 니콜슨, 헬렌 헌트)을 배출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가 지난 14일 개봉돼 서울에서 약 6만명을 동원하는 등 1.4분기 영화시장을 달궜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