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인한 갑작스런 경기침체와 급변하는 이동통신기술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연구개발(R&D)부문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주요 통신부품업계가 해외 선진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부품업체들은 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기술확보를 통한 첨단부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제품신뢰성 확보 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해외전문가 영입 △벤처형 고주파(RF) 전문연구소와의 전략적 제휴 △프로젝트별 기술 아웃소싱 등 해외기술 도입에 다각도로 나서고 있다.
고주파단일집적회로(MMIC) 설계기술을 활용한 RF모듈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마이크로통신(대표 조삼열)은 협력업체인 미국 레이시온의 첨단 가공기술을 지원받아 현재 각종 부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고출력증폭기(HPA), 선형증폭기(LPA) 등 능동부품의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해 외국 전문 엔지니어의 스카우트와 함께 해외 R&D업체에 대한 대형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저잡음증폭기(LNA) 주력업체인 알에프하이텍(대표 송보영)은 미국 내 연구법인(RF하이텍USA)을 거점으로 현재 미국, 캐나다 등의 RF전문 R&D업체 7곳과 협력관계를 구축, 프로젝트별 계약방식으로 HPA, 신시사이저, 업다운 컨버터 등 각종 RF부품을 개발중이며, 자체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러시아 출신 엔지니어의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KMW(대표 김덕룡)는 기존 수동부품 중심에서 탈피, 고부가 능동부품의 개발을 적극 추진키로 하고 지난해 박사급 러시아 과학자 15명을 채용해 현재 기지국용 표면탄성파필터(SAW), 이동통신용 증폭기 등 신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중이며, 액티패스(대표 박헌중)도 최근 러시아 엔지니어를 영입, 다양한 국산화 대체품목 개발에 착수했다.
이밖에 삼성전자의 RF부품기술을 이전받아 HPA, LPA를 중심으로 통신부품사업을 적극 추진중인 단암전자통신이 RF모듈, 무선전송부품 등의 개발 위해 미국의 여러 군데 RF관련 벤처기업들과 접촉중인 것을 비롯, 에이스테크놀로지, 엘티아이 등 대부분의 국내 통신부품업체들이 기술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선진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무선통신기술의 역사가 짧고 토양이 척박한 데다 관련 기술자들이 크게 모자라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외국기술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전제하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누가 얼마나 뛰어난 외국 기술(또는 사람)과 줄이 닿느냐에 따라 기술력은 물론 업계 판도까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