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載卨 삼성전기 MLB사업본부 부사장
외환위기 여파는 국내 PCB업체는 물론 PCB관련 업계에도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동시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IMF체제에서 진정한 해결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산업을 집중육성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다. PCB산업 역시 세계화한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내부혁신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를 위해 우선 고부가 제품 생산이 시급하며 그에는 기업들의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한다.
국내 PCB산업은 25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질적,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고 제품생산도 민생용에서 산업용 위주로 전환됐으며 매년 10% 이상 성장해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밑거름에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PCB산업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력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 PCB관련 산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회사의 수가 2백여개를 웃돌고 있으나 이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가 민생용 및 저부가가치 기판을 주로 생산하는 종업원 1백명 이하의 소규모 업체들이고 판매시장도 국내에 한정돼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로는 급변하는 전자제품 및 기술추세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며 경쟁력 상실만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둘째, 핵심 요소기술 개발과 다양한 신공법 개발 및 설계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겠다. 최근의 세계 전자시장은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고 다양해 국내 PCB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접목시킨 강한 현장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의 대형 수요와 고부가 제품의 틈새시장에서 일정한 물량을 확보하는 길 뿐이다.
셋째, 국내 PCB산업 경쟁력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다. 세계 전자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미국 등에서는 PCB산업이 전자업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익히 알고 국가적인 지원으로 여러 기관과 학술협회가 중심이 되어 각종 박람회 및 학술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자국의 기술력과 이를 통한 시장선점을 위해 글로벌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아직 후진국형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자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PCB산업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알리는 공공기관이 없는 현실은 국내 PCB업체가 글로벌화되기에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넷째, PCB산업과 직간접으로 연계된 정밀화학, 광학산업, 정밀기계공업도 함께 육성돼야 한다. PCB산업의 기초원자재 및 설비부문에 있어 단면 및 양면 PCB 생산에는 어느 정도 국산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고부가가치 제품인 극소, 초박형 PCB의 생산에 필요한 각종 정밀화학 제품과 설비의 국산화는 전무한 상태로 미국, 독일, 일본에 1백%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반도체 및 전자, 정보 관련 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PCB관련 제품을 개발, 양산하는 데 한계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우리 PCB 관련산업의 현 주소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이제 국내 PCB업계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수용, 창조적인 아이디어,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갖고 글로벌화에 대응해야 하겠다. 그렇게만 한다면 현재의 외환위기도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다시 한번 도약을 할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