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대기업 및 중견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모기업의 부도에도 불구, 일부 계열 전자부품업체들이 홀로서기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들 업체의 회생여부가 관련업계에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특히 그간의 한국식 기업풍토 아래선 모기업과 관련 계열사간에는 내부거래, 지급보증 등 변칙적인 거래관행에 따라 모기업이 부도를 낼 경우 계열사나 관계사들이 연쇄부도나 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최근 모기업 부도 속에서 회생을 위해 자구노력을 추진중인 업체들의 향후 결과가 크게 주목된다.
지난해 초 1백46억원의 사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기아인터트레이드에 경영권이 넘어가 기아그룹 계열사로 재출범했던 스마텔(구 정풍물산)은 지난해 7월 기아자동차의 부도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가 최근 이 CB를 재미교포 한 재력가에게 재매각, 「탈 기아」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적극 꾀하고 있다.
스마텔은 이에 따라 기존 스위치, 볼륨, 센서 등 전자부품 주력에서 탈피, 종합 정보통신업체로 거듭난다는 방침아래 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SW개발제조 및 판매, 서비스, SI사업, 데이터뱅킹시스템 개발 및 제조, 부가 및 기간통신사업, 자동제어기기 개발 및 판매 등의 사업목적 추가를 골자로 정관을 일부 변경했다.
태일정밀과 미국 EPS社가 50대50으로 합작 투자해 전자식안정기 시장에 본격 참여한 EPS코리아도 지난해 10월 태일의 부도로 좌초 위기에 빠졌다가 EPS사가 태일지분을 전량 인수하고 새로 오자현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태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최근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으로 선정되는 등 본격적인 재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리튬전지사업 진출을 추진해오다 최근 모기업인 광주가든백화점 등 청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연쇄부도로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쓰러질 운명에 처했던 청전에너테크는 모기업 부도 직후 정한기 기술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신규 개인 투자가들을 적극 물색하는 등 조기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저항기업체인 한주화학도 모기업인 한주통산이 지난해 부도를 내 경영난에 봉착했으나 이후 저항기 담당인 전자사업부를 분리해 별도 법인화해,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기를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유휴설비를 대거 매각, 몸집 줄이기를 통해 최소한의 장비로 저항기 사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태일정밀 계열 코어전문업체인 삼경정밀도 태일부도로 같이 쓰러져 지난해 말 화의를 신청, 지난 20일자로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화의개시결정을 받아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모기업 부도 속에도 쓰러지는 업체가 있는 반면 꿋꿋이 재기를 위해 뛰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모기업이 부도를 내면 상호지급보증에 따른 엄청난 채무가 걸려 있어 모기업이 극적인 회생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게 계열사들의 물리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경영진이 회생을 위한 강력한 의지와 장기비전을 제시해 채권단을 설득하고 신규 투자를 적극 끌어들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