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 "소형가전" 이관받은 한일가전의 새 비전

지난 1월초 삼성전자로부터 소형가전사업을 이관받은 한일가전(대표 정담)이 국내 소형가전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일가전은 최근 조직정비를 끝내고 자체 개발한 소형가전제품을 전국의 삼성전자 대리점망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함에 따라 한일가전의 행보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일가전 정담 사장은 『삼성전자의 소형가전사업부문을 이어받은 만큼 국내 최대 소형가전업체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며 『앞으로 수익성이 높고 필수적인 소형가전제품 10대 품목 및 부가가치가 높은 신규 아이템을 자체 기술로 개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한편 수출에도 나서 오는 2001년에는 연 매출 2천억원의 일류 중소가전업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사업계획의 일단을 밝히고 있다.

한일가전은 삼성전자가 1백%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로 그동안 삼성전자에 보온밥솥을 주력으로 한 각종 소형가전제품을 OEM으로 납품해왔으며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의 사업구조조정으로 소형가전사업부문의 인력 및 생산시설을 이관받았다.

한일가전은 이번에 삼성전자로 부터 옮겨온 50여명의 전문인력을 포함해 전체 인원은 3백30명으로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조직을 개편, 개발팀, 영업팀, 구매팀, 제조팀, QC팀, 관리팀 등 의사결정이 빠른 팀제로 개편해 경쟁력을 갖추었다.

정사장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책임과 권한을 가진 회사가 바로 한일가전이 삼성전자와의 관계에서 가진 역할과 지위』라며 『이것은 삼성전자와 별개로 자생력을 가진 독립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일가전 관계자들은 현재 사업구조가 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주관할 때보다 약 10%정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나에 2∼3만원 밖에 하지 않는 소형가전제품에 전체 설비비, 조직운영비, 부서활동비 등 온갖 간접비용을 부과해 수익성을 산정할 때보다는 간결한 조직구조로 더욱 강하게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급 수주에서부터 출하기간을 기존의 반으로 줄이고 고비용의 물류를 개선해 생산성을 2배로 늘리며 이를 바탕으로 전문화된 기획력과 기술력을 투여해 일류 제품을 만들어 수출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한일가전은 혁신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해 경쟁력 향상 및 원가혁신이라는 당장의 과제를 해결한다면 올해 매출목표인 9백50억원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가전은 그동안 주력해왔던 IH압력보온밥솥 이외에도 가습기, 선풍기, 주서믹서, 로터리히터 등 비교적 물량이 크고 수익성이 있는 제품으로 생산품목을 확대, 삼성전자의 전국 대리점에 공급하고 직접 생산하지 않는 전기다리미, 전기히터, 다용도 쌀통 등은 제품을 기획해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아 품질관리를 책임지고 다시 삼성전자에 공급할 방침이다.

또 그동안 동남아 지역으로 소량 수출해오던 전기밥통 및 보온밥솥에 대해 수출드라이브를 걸어 올 한해동안 40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며 가습기, 냉온수기, 비데 등으로 수출품목도 늘리고 수출지역도 유럽, 미국, 중국 등으로 다각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한일가전의 이같은 핑크빛 청사진이 쉽게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수시장의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데다 비록 사업구조를 단순화해 조직경쟁력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판매확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은 한일가전으로서도 제시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삼성브랜드의 소형가전 판매로 당분간은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지만 수익성이 점차 낮아져가는 가전대리점 판매만으로는 활로를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한일가전의 자체 브랜드가 삼성브랜드만큼 가치를 인정받아 독립적인 유통망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자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앞으로의 한일가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