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시장은 외국에 내줬지만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 및 원격진료시스템(텔레레디올로지) 시장 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병원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인 (주)태원정보시스템의 정성엽(37) 사장은 의료기기의 경우 국산이 없으면 외산을 가져다 쓰면 되지만 워크 플로우(Work flow)를 가진 의료정보시스템은 워낙 이질적인 진료환경 차이 때문에 외국 업체가 국내 병원 정보의 흐름을 잡기 어려워 반드시 국내 업체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LG전자를 거쳐 동아엑스선기계 연구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정 사장은 지난 93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약 3년간은 별다른 매출 없이 관련기술 개발에 주력, 현재 국내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고해상도 모니터와 서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분을 국산화함으로써 가격 대비 국산화율을 약 70%까지 끌어 올리는 개가를 거뒀다. 이는 현대, 삼성을 비롯한 종합 시스템 통합(SI) 업체들과 다수의 전문 PACS 전문업체들 중 가장 높은 국산화율이다.
특히 태원정보시스템은 타 PACS 업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비동기전송방식(ATM)망 설계 및 구축기술을 갖고 있어 업계 내에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업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96년부터 서서히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해 3억원의 실적을 올린 데 이어 97년에는 무려 8배나 증가한 24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에는 약 70억원을 시현한다는 방침이다.
또 창업 당시 정 사장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한 직원수가 현재 15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중으로 25명선으로 증원할 예정이며 자본금도 5천만원에서 현재 6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처럼 이 회사가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정 사장은 『물론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병원이라는 특수 환경을 감안할 때 의사가 반드시 제품에 만족해야만 진료에 활용할 수 있고 신뢰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결코 능력 외의 프로젝트는 수주하지 않았으며 조그만 사업이라도 회사의 이익을 떠나 의사가 만족할 때까지 책임지고 만들어 준 것이 신뢰를 확보하는 비결이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기존 고객이 새로운 사용자를 소개해줘 별도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수주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만 5년이 안된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원격진료시스템과 아주대병원 원격진료시스템, 강남 백병원 및 상계 백병원 원격진료시스템, 의정부 수성병원 원격진료시스템 등을 구축한 데 이어 서울대병원 치매센터 진료시스템, 강남 성모병원 미니 PACS, 부천 성가병원 방사선 화상관리시스템, 한양대병원 및 경상대병원 미니 PACS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는 국내 PACS 업체 중 가장 많은 설치실적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윈도 및 도스용 PACS 프로그램, 윈도 및 도스용 텔레레디올로지, 도스용 컬러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윈도용 병원정보시스템, 윈도용 원격 치매진료시스템 및 신장 투석 관리시스템 등인데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타 정보시스템과 정보 교환이 용이하고 PACS와의 데이터 이중관리가 불필요한 것이 특징이다.
또 처방전달시스템과 병원정보시스템 및 PACS의 워크스테이션을 단일화함으로써 통합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시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고 각 병원의 업무 흐름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설계했다.
특히 이 회사는 최근들어 원격치매진료시스템이나 신장투석관리시스템 등 과별로 전문화된 솔루션 개발에 주력, 의사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기로 했으며 정보통신부 과제로 원격의료영상 전송시스템을 개발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 G7 프로젝트로 치료방사선과용 RTP시스템 및 3차원 의료영상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도 수행중이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인 동시에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직원의 약 80%가 연구직인 데 만족하지 않고 오는 2000년까지 총 매출액의 10%선인 78억원을 PACS 및 관련기술 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며 올해 중 기술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2000년에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PACS 시장 전망에 대해 『IMF 관리체제로 들어서면서 환차손이 큰 대학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풀(Full) PACS 시장은 침체되는 반면 준 종합병원급 이하의 방사선과나 수술실 등을 연결하는 미니(Mini) PACS 시장은 활황을 보일 것』이라며 『시장 규모가 적고 상황이 유동적인 내수시장에 만족하기 보다는 수출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 사장도 미국의 모 업체와 자본합작을 추진중인데 이미 미국 업체가 태원정보시스템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마친 상태여서 올해 안으로 구체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