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 산업 무너진다

올들어 심화되고 있는 공작기계 수주 부진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화천기계, 두산기계, 기아중공업, 통일중공업, 삼성항공 등 소위 공작기계 7대 업체의 2월 중 공작기계 내수 수주실적은 1백59억6천7백만원으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무려 56.8% 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작기계 업체들의 평균 가동률도 전년 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75% 선에 그쳤으며 재고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가 하면 평균 종업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공작기계 업체들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공작기계 업체들의 내수부문 수주가 극히 부진한 것은 IMF 관리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었으며 그나마 기업 부도로 발생하는 중고 및 유휴설비가 급증, 수요자가 값 싼 중고기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5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올해 투자 계획은 총 27조6천6백54억원으로 작년의 39조8천1백12억원보다 30.5% 포인트 감소했으며 제조업은 더욱 낮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도 42.3% 포인트나 줄어든 16조1백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0년 이후 사상 최저치로 공작기계 업계의 생산 규모를 감안할 때 내수기반이 붕괴될 우려도 있을 만한 수준이다.

따라서 공작기계 업계는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해 보겠다는 단순 공식에서 탈피해 보다 근원적인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작기계 업계가 처한 어려움이 IMF로 인한 경기 침체에 따른 것 외에도 약 1조원을 상회하는 내수시장을 놓고 현대, 삼성, 대우, 두산, 기아, 쌍용, 통일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중복, 과잉투자가 초래되는 등 업계 내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렸기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 차원을 넘어서 전 업계가 각종 설비와 기술, 경험 등 유무형의 자산을 공유할 수 있는 협조체제를 구축, 고가 설비의 경우 업체가 공동으로 활용하는 한편 부품 재고도 업체끼리 교환해 사용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이 제안은 공작기계협회를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복, 과잉투자는 근본적으로 자동차, 중공업, 전자 등 전 제조업 분야에서 공작기계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룹 내 수요물량만 충당하더라도 그룹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그룹 최고 경영자에게 있다』며 『실제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계열사간 판매가 총 매출의 50%~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같은 블록화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은 물론 자생력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따라서 『경쟁력이 취약한 품목은 과감하게 단종하든지 타 업체에게 이관하는 한편 보다 적극적으로는 가장 유력한 2~3개 업체에 사업을 매각하거나 타 사업부문과의 교환 등으로 기술적 집중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업계나 학계 등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명망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협의기구를 구성, 공작기계 업계의 「빅 딜」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고려해봄직 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소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출 지향적 마케팅 정책과 더불어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로 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해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대기업은 고속, 고정도 CNC선반이나 머시닝센터 등 첨단 제품을, 중소 전문업체는 저가 보급형 범용 공작기계 개발하는 등 각각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내수시장 침체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라며 『각 사가 이해득실을 따지는 데만 너무 집착할 경우 전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으므로 거시적 차원의 협력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