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호 한국전산원 연구위원, 미국 매릴랜드대 교환교수
금융위기로 인한 엄청난 파고로 물가상승과 고용불안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고통은 실로 엄청나다. 경제회생을 위해 사회의 각 부문은 거품빼기와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분위기가 모든 부문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조직의 감량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근로자의 근무의욕이 저하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위정자들과 돈 많은 기업들이 저지른 업보 때문에 죄 없는 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감수한 것이 어디 한두번이었는가.
IMF위기를 극복하는 우리의 자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확연하게 다르게 느껴진다. 태국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나라에서 우리 국민의 달러 모으기나 금 모으기처럼 조직적이고 결사적인 위기극복 방안이 나올 수 있겠는가. 아니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조차도 우리와 같은 위기가 발생한다면 국채보상운동처럼 국민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어 국난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대답은 분명 「아니오」일 것이다.
우리 국민의 이러한 뜨거운 애국심과 단결력을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모으면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연구개발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정보사회에서 경쟁력과 생산성을 갖기 위한 비전과 실행계획을 제시해 연구원들이 밤잠을 설치며 기술을 개발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21세기 정보사회를 대비해 기술개발의 비전과 전략은 어떠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분명한 해답은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해 우리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보통신을 이용해 국민들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삶을 영위하며,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첫째로 중요한 것은 인간 중심의 정보통신 기술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국민이 원하면 정보는 공개돼야 하며, 공평한 정보통신 접근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을 유도해야 한다. 사용자가 원할 때에 정보를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다양한 응용서비스가 구현돼야 한다. 그리고 구현된 정보는 유지되고 관리돼야만 한다.
또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현돼야 한다. 그래야만 정보통신 수단을 이용하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여러 부처를 방문해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처리시스템도 원스톱, 논스톱(One-Stop, Non-Stop)서비스가 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간의 이기주의부터 과감하게 버리는 인식의 개선부터 필요하다. 또한 불필요한 업무처리를 과감하게 없애는 리엔지니어링이 선행돼야 하며,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고 필요한 자원을 구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정보기술(IT)시스템이 지원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기반기술과 첨단 기술연구를 강화해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새로운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개발되고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폭발적으로 통신망의 사용이 증가될 것이기 때문에 정보통신망의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초고속망의 확충과 새로운 프로토콜의 연구개발은 필연적이다. 미국의 경우에 차세대 인터넷연구를 위해 매년 1억 달러씩 3년간 투입하고 있다.
정보통신망은 단기간에 구축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반을 먼저 구축하고 기존 네트워크와의 연동을 강화하여 중단없는 접속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성능의 컴퓨터기술과 통신망의 결합을 강화하기 위한 SW연구와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개발해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98년도에 7억5천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고성능 컴퓨팅과 정보통신망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 정보시스템을 신뢰성 있고 안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야 한다. 가상사회와 광속거래를 통한 상거래가 활성화하고,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개인의 사생활정보와 국가적인 기밀 등을 전자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정보시대의 역기능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의 사생활과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정보사회는 우리 모두가 원하지 않으며 신용사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넷째, 21세기의 정보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는 일이다.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할 때 이에 적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직업전환교육에서부터 평생교육, 새로운 기술변화에 따른 보수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교육시스템 자체도 정보통신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면 교육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이 실현돼야 한다.
이러한 비전을 확실하고 꾸준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평가를 거쳐 책임을 질 수 있는 감리제도가 구현돼야 하며, 공통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표준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비전 및 실행계획과 더불어 우리 국민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