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 들러 생활용품을 사고 전자매장에서 필요한 가전제품을 구입한다. 여가를 이용해 영화 한편을 보고 다양한 컴퓨터SW와 게임을 즐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전망대에 올라 시원한 한강을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휴일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많다.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연인과 함께 감동적인 영화를 봐도 좋다. 봄을 맞아 집안 새단장을 하는 것도 보람있는 휴일을 보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휴일 하루해는 너무 짧다.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여유롭게 한강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것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서울 동부 전자상권을 주도할 초대형 전자상가 테크노마트21이 개장되기 때문이다. 이곳은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보고 즐기고 사고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기존 전자상가를 연상한다면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한정적이다. 따라서 이곳 테크노마트는 「복합 멀티미디어전자상가」라고 할 수 있다.
테크노마트는 연면적 7만8천평이다. 2천5백여개의 매장, 9개의 금융기관, 11개의 대형 멀티플렉스극장, 대형할인점 등이 입주해 있다. 단일 전자상가로는 외형상 국내에서 가장 큰 전자상가다. 주류는 물론 전자매장이지만 할인점을 이용한 쇼핑과 영화관, 게임장, 식당가 등 문화공간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굳이 말한다면 테크노마트의 모체는 세운상가다. 87년 용산전자상가가 들어선 이후 입지가 좁아진 세운상가 상인들이 결집해 이루어낸 상가다. 92년 본격적인 건설추진에 이어 94년 10월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이후 3년 6개월만에 이뤄낸 쾌거다. 그것도 언제나 「남의 가게」로만 인식되어 왔던 기존 전자상가의 통념을 깨고 분양상가로 태어났다. 상인들 개개인이 자기소유의 점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권이다. 한때 한국 전자상권의 대표격으로 지칭되던 세운상가가 가라앉고 용산전자상가가 부상하면서 전자상권의 용산으로 이전됐다. 이후 현재까지 전자상가 하면 용산전자상가가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일반인들의 뇌리에 용산전자상가는 각인됐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어떻게 돌변할지 모른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의 발전은 유통의 형태를 바꿔놓고 소비자의 구매스타일도 바꿔놓았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팔고사는 차원을 넘어 놀이와 배움을 향유하고 싶어한다. 제품 하나를 구입해도 제품에 부가되는 서비스를 따진다. 저렴한 가격을 원하고 여유로운 쇼핑을 원한다. 소비자의 요구는 갈수록 커가고 현존하는 상가의 서비스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서비스지체현상(?)이 발생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구매처를 찾게 되고 이에 부응한 신유통의 등장이 요구된다. 유통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앞으로 상권은 서비스지체가 없는 쪽으로 형성된다. 결국 상인들의 노력과 선투자가 따라주는 상가만이 번창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테크노마트는 미래유통을 지향한다. 「전자대륙」으로 표현되는 신개념의 전자상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먼저 원스톱쇼핑과 상가안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형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또 미래유통의 꽃인 사이버쇼핑망을 구축하고 상인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공동마케팅이 실시되는 것도 상권의 조기활성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굳이 지역별로 나누지 않더라도 「명물」의 대열에만 들어선다면 상권형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그것이 상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IMF체제로 인한 전자경기의 추락이다. 이미 전자상가 곳곳이 폐허(?)가 된 상황이다.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자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상인들은 부르짖고 있다. 이에 따라 테크노마트는 최근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1천만원 전세보증금(10평 기준)으로 전자유통사업자를 모집하고 나선 것이다. 테크노마트로서는 IMF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초기입점율을 높여 상가로서의 면모를 살리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인 프라임산업의 백종헌 회장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전자 내수촉발의 전환점이 되고 앞으로는 상가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IMF는 국민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인 만큼 지금의 경기추락은 각오해야만 하는 숙제이며 앞으로 전자경기가 활성화되고 첨단유통시대가 도래할 때 비로소 테크노마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이 백회장의 지론. 결국 백회장의 의지로 오는 9월 국내최대의 SW벤처단지가 테크노마트에 이어 개관한다. 「테크노파크」로 불리워질 SW벤처단지는 이미 1백여개 업체가 입주신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개관할 경우 테크노마트와 함께 대단위 테크노 스페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된 SW기술은 곧바로 테크노마트 1층 전시장에서 전시, 판매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체크해 다시 기술에 반영하는 피드백시스템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상가운영 및 관리를 맞는 프라임개발과 입주자들의 모임인 관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공동마케팅도 테크노마트의 강점이다. 공동구매와 공동창고, 공동광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절감한 비용을 상품가격에 접목시켜 보다 싼 가격으로 고객을 맞는다는 것이 테크노마트의 공동화 전략. 또 테크노마트 브랜드를 단 PB(Private Brand)상품을 개발해 염가에 제공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PB상품을 개발할 별도법인 설립을 추진중에 있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개발의 홍계표 사장은 『테크노마트는 일년내내 행사가 열리는 「이벤트 특구」로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게 될 것』이라며 『기존 상가가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 체계로 고객만족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위원회의 권덕기 의장 역시 『조기 상가활성화로 고객은 물론 입주상인들도 만족해하는 상가로 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9일 강남상권을 겨냥한 국제전자센터가 개장됐고 그로부터 1년후 서울 동부와 강남일대를 표적으로 한 테크노마트가 개장된다. 그러나 테크노마트의 야심은 지역상권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물」로 태어나기 위한 용트림이 심상치 않다. 4일 국내 전자시장의 전환점이 될 테크노마트 개장에 쏠리는 관심이 그래서 더욱 유별나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