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공사(사장 박규채)가 지난 3일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한국영화 진흥과 영화산업 육성지원을 목표로 영화진흥법 제5장 20조에 따라 지난 73년4월3일 문을 연 뒤 국내 영화산업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영진공의 그 동안의 공과를 짚어보고,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영진공은 그동안 영화진흥금고 운영,시나리오 공모,금관청소년영화제 등의 사업과 함께 한국영화 해외진출 및 국제교류 지원,영화제작을 위한 융자,한국영화 조사연구,영화제작시설의 설치 운영,영화인의 복리증진에 힘써왔다.
지난 94년2월 30억원으로 출발했던 영화진흥금고는 97년7월1일자로 영화진흥법상의 정식 기구로 격상되며 영진공의 중추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금고에는 1백30억원이 쌓였고 기금이 더 확충될 경우 한국영화 제작지원을 위한 주요 재원이 될 전망이다.
최근 영진공이 실시한 영화판권을 담보로 영화제작사들에게 한편당 3억원의 융자를 해주는 영화판권담보융자 사업도 바로 진흥금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진공은 이번에 최종 대상작 10편을 선정해 편당 3억원씩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IMF시대를 맞아 제작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계에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영진공의 최하원 상무는 『판권담보융자사업의 틀을 상황에 맞게 수정해나갈 생각인데 앞으로 편당 지원액수를 5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수시지원체제가 확립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 6년7개월만인 지난 97년11월5일 개관한 「서울종합촬영소」도 주목할 사업.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일대 40만평에 자리잡은 촬영소는 영화, TV, 비디오, 광고, 멀티미디어 등 각종 영상제작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고정과 변형이 가능한 3만여평 규모의 야외 오픈세트장은 한국영화 영상의 질적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영진공은 매년 2회 실시하는 시나리오 공모사업,단편영화 저변확대를 위한 금관청소년영화제,86년부터 매번 6편의 작품을 선정해 편당 5천만원 이내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좋은영화」지원사업,84년부터 공사 부설교육기관으로 출범한 이래 젊은 영화인력들을 다수 발굴한 「한국영화아카데미」등을 통해 한국영화진흥의 밑거름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영진공에 대한 영화산업계의 지적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각종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영화계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영화진흥금고 운영 및 지원에 보다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려넘겨버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영화판권융자 수탁작품 선정과정에서 무려 81편이 탈락하면서 관련 영화제작자들의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다 융자금을 분산지원하고,융자 대상 작품의 후반작업시 영진공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영화제작자들은 『이번에 융자수탁작품을 선정한 심사위원 중 구시대적인 인물들이 다수 포함됐고, 이로인해 모 감독의 작품이 응모전부터 내정됐다는 소문이 유포되는 등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적지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융자금이 3차에 걸쳐 분산 지원되기 때문에 영화제작과정이 영진공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고,7천만원 상당의 이용료가 들어갈 후반작업의 영진공시설 이용비도 판권담보융자사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규채 사장은 『공정심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하는 한편 『선정작들이 흥행에도 성공해 갖가지 염려를 불식시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진공의 과제인 영화진흥을 위해 약 2년 남은 임기동안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