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소형가전업체였던 카이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수익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소형가전사업에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 전면적으로 손질을 가해왔던 카이젤이 최근 구조조정작업을 완료하고 제빵기사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제빵기 전문업체로 새롭게 태어나 옛 명성을 다시 회복하겠습니다. 불황속에서도 의욕적으로 판매할 틈새상품을 발굴, 실직으로 창업을 고민하고 있거나 기존 사업에서 다른 쪽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사업주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제공하고 저희도 함께 살아난다는 것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목표입니다』.
카이젤 정성원사장(44)은 『요즘 가정에서는 외식을 줄이고 가족들의 간식도 직접 해먹는 추세』라며 『제빵기는 이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IMF 경제위기를 뚫어나갈 수 있는 틈새상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빵기는 그동안 카이젤이 자사의 제조법인인 우림전자와 함께 연간 20~30만대 이상 수출해왔던 수출전략상품. 이를 지난 96년부터 내수시장에 조금씩 판매하면서 시장테스트를 해왔었는데 의외로 소비자들로 부터 호평을 받았다는 것. 이에따라 카이젤은 최근 구조조정작업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낮은 대다수의 소형가전제품은 단종하고 시장성이 있는 제빵기를 주력상품으로 선정, 생산체제에서부터 유통체계를 모두 제빵기 위주로 재편했다.
정사장은 제빵기사업의 핵심을 「소자본 창업」에 두고 있다. 제조업체의 입장으로는 효자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최대 목표지만 이를 판매할 사업주들에게는 적은 자본으로 창업해 의욕적으로 일해 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공존공생 차원에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카이젤은 창업박람회를 비롯, 국제식품기술박람회 등에 참가해 제품을 홍보하고 사업설명회를 열어 창업주들을 모집하며 테크노마트 등 대형 유통점에 입점해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세부적인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카이젤의 이같은 변신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동안 국내 중소전문업체로서는 최대 규모였던 카이젤이 업종을 전환하면 국내 소형가전사업의 맥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정사장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가전 제품으로는 누적되는 적자를 회복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사장은 지난 95년부터 외산소형가전이 밀려들면서 국산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고 여기에 자사의 제품을 취급했던 대리점들이 물건을 받은 뒤 고의로 부도를 내고 종적을 감추는 등 악덕유통업체들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겪아왔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기존 유통망을 정리하고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아이템전환이 필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는 제빵기가 가장 적합했다는게 사업전환에 대한 정사장의 설명이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많은 거래처를 단절시켰습니다. 또 직원들이 많이 퇴사를 했구요. 그런 과정에서 나온 악성루머니 어쩔수 없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제빵기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카이젤이 옛 명성을 회복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부도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것에 대해 적지않게 안타까움을 표시한 정사장은 모든 어려움을 딛고 제빵기사업으로 화려하게 재기하는 카이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