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업연구소의 효율성

朴商樂 신성STM연구소장

최근 몇 달 사이에 한국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사회 일각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몇몇 특정집단의 잘못인 양 말들을 하지만 거시적 차원에서 냉정하게 반성해 보면 우리경제의 총체적인 면에서 모든 것을 재고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낀다.

세계노동기구(ILO)의 공식적인 집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많은 근로시간이 높은 생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중요 요인으로 해당업무의 효율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연구소라 함은 신제품 개발의 산실이라는 개념과 부가가치가 높은 인력으로 구성되어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연구 업무의 효율성에 비추어볼 때 필자가 다년간 연구활동에 종사하면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연구소 문화와 비교하였을 때 다음 몇 가지 사항들은 충분한 고려의 대상이라 사료된다.

첫째, 신개념 창출에 있어 다양한 사고에 대한 관용성 부족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일선 연구원들이 팀을 구성해 연구개발 업무를 하다보면 기능상의 문제점, 기존 특허와의 마찰문제, 생산기술상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여러 상황들에 직면할 때가 있다. 문제 해결방법에 있어 추진해 나가는 자세는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원들 간에 문제해결을 위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고 토론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네들 특유의 권위적 행동이 발생하는 것을 몇 번 목격한 바 있다.

빛나는 아이디어의 창출은 도전적인 자세에서 비롯된다. 또한 팀원간의 오픈 마인드의 자세도 중요하다. 경험이 풍부한 연구원들의 안정적인 지식과 발상의 전환이 자유로운 계층에 있는 연구원들과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때 보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개발진행 과정의 기록문화가 저조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화를 위한 개발 프로젝트가 주어질 경우 해당 연구원들의 관련 데이터 수집 및 스터디 과정은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우선 조건이다. 실제로 일선 연구원들은 이 첫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진행되어 왔던 프로젝트에서 유사 부분의 데이터를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면 중복개발에 따른 소모를 피할 수 있고 진행속도 역시 빠를 수 있다.

연구원들의 기록습관이 저조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세련된 보고서 틀에 맞춰 상사 혹은 남의 구미에 맞추려는 스타일로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동양권 특유의 사고방식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비전문 관련영역의 기술습득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연구원들은 기계, 전자, 화공 혹은 그 밖에 관련 전공들을 가지고 각자의 영역에서 개발 업무를 추진하게 되고 그 산물인 개발품은 여러 분야의 총합체인 시스템 개념의 제품이 된다. 십여 년 전부터 신조어가 된 메카트로닉스의 의미는 기계, 전자의 합성어로서 앞서 언급된 개발개념이 반영된 단어일 수가 있다.

이것은 기계공학만으로 또는 전자공학만으로는 시스템 개념의 제품이 탄생될 수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개발영역에 있어서도 반드시 상충되어져야 할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이밖에도 우리 기업이 효율적인 연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실무자에서 관리자로의 빠른 전환으로 인한 전문인력의 손실문제, 경영자의 기술투자에 대한 인식부족 등 많은 고질적인 병폐를 안고 있는 것이 우리기업 연구소의 현주소다. 작금의 경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시대는 큰 폭의 변화를 요구한다. 기업연구소의 관리체계에도 혁명이 일어나야 하고 연구원 각자의 마인드에도 혁명을 요구한다. 외적인 변화가 아닌 참다운 질적 변화를 추구하면서 승부를 걸어볼 일이다.

<(주)신성STM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