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조립장비 시장, 일대 변혁 전망

첨단 반도체 패키지의 개발 및 채택이 최근 본격화됨에 따라 국내 반도체 조립 장비 업체들의 주력 개발 품목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적용돼온 일반적인 반도체 패키지는 리드프레임 위에 완성된 칩을 얹고 본딩와이어로 칩과 외부 연결 단자(리드)를 연결한 후 이를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로 밀봉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채택되기 시작한 마이크로BGA 등의 첨단 패키지는 리드프레임 대신 박막 필름 위에 칩을 얹은 후 실리콘 소재로 이를 덮어씌우고 그 밑에 원형 다리(Ball)를 접착시키는 매우 간단한 형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첨단 패키지가 일반화될 경우 기존 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널리 사용돼온 와어어 본더 및 몰딩 장비, 그리고 트리밍 & 포밍 장비 등은 더 이상 불필요한 제품이 돼버린다.

그 대신 박막 필름을 정확히 자르고 칩을 붙여주는 라미네이션 장비와 원형 다리를 접착시키는 솔더볼 접착 장비 등이 국내 조립 장비 시장을 이끌 새로운 주력 아이템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리고 마이크로BGA 등과 같은 이러한 첨단 반도체 패키지는 칩의 3배 이상 크기인 현재의 반도체 사이즈를 칩의 1.2배 이하 수준으로까지 줄일 수 있어 향후 주력 패키지 형태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조립 장비 시장의 일대 변혁은 더욱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아남산업과 현대전자가 마이크로BGA 제품의 본격적인 출하를 이미 시작한데 이어 삼성전자도 관련 자회사를 통해 이 제품의 생산을 추진하는 등 마이크로BGA에 대한 국내 소자업체들의 대대적인 설비투자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관계로 그동안 국내 몰딩 및 트리밍&포밍 장비 시장을 주도해온 H사와 T사는 물론 와이어 본더 및 마킹 장비를 주력 생산해온 대부분의 조립 장비 업체들은 이러한 시장 요구 품목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후발 업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회사들도 차세대 패키지 장비를 서둘러 개발, 출시함으로써 최근의 기술적 공백 기간을 십분 활용해 국내 반도체 조립 장비 시장의 전체 구도를 바꿔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 개발 또는 출시되는 반도체 조립 장비의 80% 이상이 플라스틱BGA나 플랙스블BGA, 또는 마이크로 BGA용 장비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립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3백mm 웨이퍼의 등장이 반도체 전공정 장비 시장에 일대 변혁을 불러오듯 첨단 패키지의 등장은 조립 장비 시장 구도를 일순간에 바꿀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설명하며 『마이크로 BGA 패키지가 상용화될 내년 상반기쯤에는 국내 조립 장비 업체들의 순위 구조도 크게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