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중계 파문 확산

문화관광부가 MBC, KBS, SBS 등의 반발로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의 수입추천을 보류한 가운데 인천방송이 8일 새벽 박찬호 선수가 선발등판한 LA다저스팀의 경기실황을 독점 생중계해 방송가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인천방송의 박찬호 경기 중계는 단순히 스포츠 독점 중계권료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천방송은 송출 출력의 제한과 지역 SO 및 중계유선과의 갈등으로 개국 이후 시청자층을 확대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작년 말부터 인천방송의 프로그램을 일부 SO들과 중계유선방송이 송신함에 따라 개국초의 어려움은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아직도 시청자층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인천방송은 이번 박찬호 경기 중계를 인천방송의 방송권역을 확대하는 호기로 보고 있다. 문화부의 수입 추천이 나는대로 지역민방과 KBS지역국, MBC 지방 계열사등과 개별계약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자연스럽게 전국의 지역 SO들과 중계유선방송들이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인천방송을 재송신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 3사가 인천방송의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다.

문광부 주최로 최근 열린 조정회의에서 방송 3사측은 인천방송의 계약이 국익에 위배되는데다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계약파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3사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프로그램 공유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천방송이 지상파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되팔 경우 MLBI측에 추가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근거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천방송이 지방사에 공급할 수 있다는 근거로 보는 「regional affiliate」조항도 「인천방송과 계약을 맺은 지방계열사」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송 3사의 반발이 이처럼 거센 상황에서 인천방송이 지역민방이나 지방 계열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경우 지역민방과 SBS 또는 본사(KBS,MBC)와 계열사간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어 지방계열사나 지역민방도 프로그램 재송신을 선뜻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중계유선사업자와 지역 SO를 통해 재송신하는게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아직까지는 이들 사업자들이 관망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낙관하기는 힘들다. 인천방송으로선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단 문화관광부는 인천방송이 몇차례 요구한 수입추천을 계속 보류하고 있으나 인천방송은 이를 무시하고 「시청자와의 약속」이란 명분아래 8일 새벽 다저스의 홈개막 경기를 중계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계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방송의 중계강행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방송법 제40조 2항에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하고자 하는 방송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부의 수입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문화부 관계자도 『대통령령에는 프로그램이 해가 될 경우 수입추천을 해주지 않도록 돼 있지만 이 조항을 인천방송의 계약에 적용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입법미비로 뾰족한 제재수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박찬호 경기의 중계가 향후 인천방송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인천방송측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가 주목되고 있다.

<장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