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 4분기 비디오시장의 특징은 흥행성이 높은 작품들이 대거 쏟아진 점과 우리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 점을 꼽을 수 있다. 5만개의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이 무려 15편에 달했고 이중 절반에 가까운 7편을 우리영화가 차지했다. 이에따라 작품당 평균판매량도 껑충 뛰어 지난해에 비해 27%가 증가한 약 1만5천여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1, 4분기 출시작 가운데 외화부문을 보면 여전히 액션물이 강세를 보였으며 드라마와 스릴러물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비디오시장에서 나름대로 일정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에로물은 「내안의 남자」 「비비드」 등 수편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현상을 보였다. 만화비디오의 경우 「스트리트 파이터」시리즈물이 쏟아지고 「공룡시대」 「용기있는 사람들」 등 장편 만화비디오가 잇따라 선보임으로써 예년보다 풍성한 느낌을 주었다.
외화부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은 니콜라스 케이지와 존 트래볼타가 주연한 「페이스오프」(브에나비스타)였다.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요소를 고루 갖춘 이 작품은 반품을 고려하더라도 10만개 이상 판매됐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에어포스 원」(브에나비스타)과 「멘 인 블랙」(우일영상). 이들 두 작품은 모두 9만개의 판매실적을 올려 SF를 가미한 액션물은 성공한다는 업계의 정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발 킬머,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고스트 앤 다크니스」는 색다른 소재에도 불구, 6만8천여개가 판매되는데 그쳤고 멜 깁슨의 「컨스피러시」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채 6만여개의 실적에 만족해야 했다. 홍콩영화 가운데는 유일하게 금성무 주연의 「신투첩영」(새한)이 10위권에 들었다.
외화에 대적하는 우리영화의 도약은 1, 4분기 최대의 수확으로 꼽히고 있다. 한석규, 전도연 주연의 「접속」(스타맥스)이 극장가의 여세를 몰아 예상대로 7만개를 거뜬히 넘어섰고 여기에 뒤질세라 저예산 영화로 꼽히는 「올가미」(스타맥스)도 6만여개의 판매실적을 올려 기염을 토했다. 박중훈과 김지호의 「인연」(새한)도 짭짤한 수입(5만2천여개)을 올렸으며 「마리아와 여인숙」도 조금은 고루하다는 지적에도 불구, 5만여개가 판매됐다.
이외에도 「모텔선인장」(세음미디어)과 「꽃을 든 남자」(SKC) 「죽이는 이야기」(SKC)는 당초 예상에는 크게 빗나갔지만 체면은 유지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같은 실적은 전년동기에 상위에 랭크됐던 「깡패수업」(6만5천개) 「귀천도」(4만6천개) 「불새」(3만8천개) 「킬링타임」(1만6천개) 등에 비하면 대약진한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충무로의 거품이 거세되면 앞다퉈 우리영화 제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내년초에도 우리영화의 거센 바람이 또다시 비디오업계에 휘몰아칠 가능성을 엿보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