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헤드폰카세트 왜 인기 끄나

국산 고급형 헤드폰카세트가 오디오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중 최대성수기인 1.4분기에 IMF 된서리를 맞아 오디오시장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축소된 상황에서 헤드폰카세트는 오히려 청소년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판매량이 배이상 증가해 침체된 오디오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인기몰이는 저가가 아닌 고가제품이 주도하고 있어 IMF시대의 이변으로 평가받고 있다. IMF한파 이후 가전, 컴퓨터, 정보통신등 전 산업에 걸쳐 거품이 빠지면서 꼭 필요한 기능만을 장착한 염가형 제품이 시장을 주도 하고 있는데 반해 최근 출시된 스피커일체형 충전기를 장착한 헤드폰카세트는 기존 보급형 모델보다 배가까이 비싼 20만원대의 고급형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전자가 지난 12월에 출시한 「아하프리 3탄」은 올들어 3월까지 월 평균 1만5천대씩 판매됐으며 삼성전자가 1월중순에 출시한 「마이마이 K시리즈」도 월평균 1만대씩 판매되며 히트모델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헤드폰카세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월평균 7천대 이상 판매되면 히트모델로 평가받는 점에 비춰볼 때 내수시장이 꽁꽁얼어붙은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1.4분기 판매실적은 가히 기록적인 수치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측은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판매호조를 이변으로 평가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상품 기획단계부터 소비자들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데다 제품의 컨셉이 워낙 확실했기 때문에 빅히트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IMF한파로 인해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게 마케팅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번 국산 고급형 헤드폰카세트의 히트는 IMF 된서리를 맞아 잔뜩 움추린 오디오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오디오업계는 IMF한파를 맞아 미리부터 겁을 먹고 뒷걸음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디오가 불황에 가장 민감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헤드폰카세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이번에 증명해 준 것이다. 즉 소비자들의 속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확실한 컨셉의 제품만 만들어 낸다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얼마든지 열수 있다는 것을 이번 국산 헤드폰카세트가 보여준 셈이다.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는 우선 「밖에서는 헤드폰카세트, 집에서는 초미니컴포넌트」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상품기획을 들 수 있다. 마이크로컴포넌트와 헤드폰카세트를 선호하는 신세대층에게 스피커일체형 충전기를 장착한 헤드폰카세트는 선택의 고민을 덜어줌으로써 헤드폰카세트는 물론 마이크로컴포넌트 수요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냈다.

또 독특한 아이디어와 첨단기술도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성공비결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스피커일체형 충전기를 탑재한 아이디어와 LG전자의 세계 최장인 85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한 초절전 데크메카니즘 기술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밖에도 업체들의 대대적인 TV광고와 로드쇼를 비롯한 다양한 판촉행사, 그리고 환율인상에 따른 일제상품의 가격경쟁력 상실 등도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판매를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헤드폰카세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국산 고급형 제품의 판매호조는 그동안 소니 「워크맨」으로 대별되는 일본 상품이 주도해왔던 헤드폰카세트 시장에 서서히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