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KIST 휴먼로봇센터 박종오 책임연구원

로봇에 대한 관심이 최근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아직 로봇을 공상 과학소설 또는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간혹 사람보다 체스를 더 잘 두는 로봇이 외신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다 해도 그것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흥미거리 또는 맹목적인 「경외의 대상」 등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짙다.

이처럼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로봇의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지난 10여년간을 실험실과 공장 현장을 오가며 오직 로봇 연구에 매달린 의지의 한국인이 있다. 바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휴먼로봇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종오 책임연구원(42)이 그 사람이다. 그는 특히 지난해말 국제로봇학회가 매년 1명씩 전세계적으로 가장 탁월한 연구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골든 로봇 어워드97」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함으로써 국내, 외 로봇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로봇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의 수상은 박 박사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지난 87년 독일 유학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는 KIST에 둥지를 틀고, 당시까지만 해도 불모지였던 국내 로봇 연구에 나서 산업용 로봇에 관한 한 국내 기술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린 공이 비로소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동안 주력해온 분야는 크기가 다른 부품을 조립하는 「이형부품 삽입로봇」, 인간처럼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촉각 로봇」 등 지능형 산업로봇 개발이다. 박종오 박사의 연구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가 최근 선보인 「지능형 촉각 로봇」은 인간이 느끼는 힘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앞으로 게임 제작이나 산업용 로봇 뿐만아니라 원격수술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박 박사는 그동안 다양한 로봇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바탕으로 21세기초에 개발이 완료될 차세대 로봇에 대한 비전과 한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2010년경에는 인간과 로봇이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며 『특히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이나 혹은 위험한 일들은 대부분 로봇의 몫이 될 것이 틀림 없다』고 낙관하고 있다.

그는 또 각종 고난도 수술을 돕는 의료용 로봇, 고층건물의 유리를 닦고 교량을 청소하는 건축, 토목용 로봇, 지뢰 등을 탐지하는 국방용 로봇 등의 개발이 미, 일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잇달아 실현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박사는 그러나 『로봇은 제아무리 급속한 발전을 거듭한다 해도 여전히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람이 명령(프로그램)한 내용만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지금보다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예로 최근 영동세브란스 병원이 「수술용 로봇」을 도입, 지금까지 10여건의 담낭 절제, 탈장교정 등 미세한 수술에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로봇의 활용범위는 여전히 수술용 칼을 환부에 갖다주는 등 극히 보조적인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로봇은 앞으로 아무리 발전해도 직접 환자를 진찰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도 하는 「로봇의사」가 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창조주없이는 이 세상이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하는 오묘한 느낌을 감탄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면서도 박 박사는 오늘도 외로운 연구실에서 밤을 밝히며 「인간과 같은 기계」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