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사장 교체 방침에 따라 박운서 한국중공업 사장도 최근 사표를 제출했으나 사표 수리를 위한 임시주총이 무기 연기돼 거대 공기업인 한국중공입 경영권이 공백상태에 빠졌다.
"경제는 경제논리로 푼다"는 신정부의 방침은 차치하더라도 한해 매출규모가 3조원이 넘고 해외영업에서 사장의 기여도가 결정적인 한국중공업의 경우 잦은 사장 교체나 경영권 공백상태의 방치가 과연 국익에 부합되는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중공업은 지난 80년 이후 18년동안 모두 12명의 사장이 교체돼 평균 재임기간이 18개월에 불과하다. 특히 박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기 3년이 보장되는 공채사장에 선임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공기업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 사장임기는 3년이며 경영목표 이행 부진이라는 이사회의 평가결과 외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임기 중 해임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수주액 4조3천9백16억원(해외 2조8백38억원), 매출 3조90억원, 경상이익 9백38억원을 기록한 한국중공업의 성적표를 볼 때 박 사장의 경질을 경영실적 부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지난 96년 3월 통산부 차관에서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공격적으로 이뤄온 해외수주와 세계화 정책, 최근 계획을 수립한 IMF 위기 극복방안 수행에도 엄청난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반응이다.
지난해 경영성가를 박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 95년의 수주 2조5천6백58억원, 매출 2조1천9백64억원, 해외수주 3천8백1억원과 비교해도 각각 1.71배, 1.37배, 5,48배로 신장세를 보였다.
보통 3~4년간 공을 들여야 되는 해외 프로젝트는 사장의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중공업은 그동안 "경영권 안정이 안된다"는 점이 국내외 경쟁업체에 상당한 공격의 빌미로 제공된 것이 사실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국내에서 독점적 영업을 하는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와 한국중공업은 사정이 판이하다"며 "업무 파악에만 1년이 걸리는 회사에 새 사장이 들어올 경우 다시 한동안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경제계 인사들도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산하 단체장도 바꿔야 한다는 논리는 공기업도 기업이며 최소한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라며 "공기업도 외국기업에 매각 등 방법을 통해 민영화 하기로 해놓고 서둘러 사장을 바꾸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