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군살빼기" 회오리

전자업계에 조직슬림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해태전자, 아남전자 등 중견 전자업체들이 유사조직의 통, 폐합은 물론 사업부 별도법인화 등을 통해 대대적인 조직 및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의 이같은 전자업계의 조직슬림화 작업은 매각 및 빅딜의 성사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불황타개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대상 또한 한계사업부는 물론 영업 및 애프터서비스 등 핵심부서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희망퇴직제의 실시로 1천여명을 감축한 데 이어 사내 물류관련 4개팀을 「토로스」라는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3백70여명의 인력을 정리했다.

삼성전자는 물류에 이어 그동안 매각을 추진해 왔던 오디오사업부도 오는 5월쯤 별도법인으로 분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새로 설립한 물류법인을 그룹내 관련 계열사들의 물류 전담회사로 육성하고 이와는 별도로 국내영업본부를 분사해 새로 사업을 시작한 삼성자동차의 영업과 통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올초 모터사업부, 펌프사업부 등을 그룹내 관계사로 이관시키고 영업관련 조직을 통, 폐합했다. 또한 소형가전사업부 일부를 정리하는 등 지금까지 8백여명의 인원을 감축한 데 이어 현재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PC 유통망을 합작법인인 LG-IBM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는 올초 국내영업을 한신유통으로 이관시키고 서비스부문을 별도로 분리, 「대우전자 서비스」를 발족시키면서 1천8백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대우전자는 국내에 이어 해외 관련조직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에 착수키로 하고 현재 본사 소속의 해외현지법인들을 해외본사체제로 전환해 나간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현대전자 또한 한계사업으로 지목돼 왔던 PC사업부를 이르면 오는 6월 중 종업원 지주회사의 형태로 분리할 방침이며, 미디어사업부도 이른 시일내에 정리한다는 방침 아래 이미 4백여명의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았으며 이를 별도법인화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해태전자와 아남전자가 그동안 본사가 직접 운영해 왔던 서비스조직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부문을 대행점으로 독립시키면서 서비스인력을 각각 40∼60%씩 축소하는 등 조직슬림화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전자업계에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조직슬림화작업이 고용안정을 위해 사업이관 및 분사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추진과정에서 해당기업의 대폭적인 인원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승욱, 유성호 기자>